환경부 내에서는 새 정부가 4대강사업을 주요쟁점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점치는 시각이 우세한 가운데 풍향을 살피고 있다. 4대강사업 적극 재검토를 약속했던 문재인 후보와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증 필요성은 거론했지만 구체적 공약은 제시하지 않았다. 한 환경부 관계자는 "4대강사업은 마음만 먹으면 전 정부와의 선긋기를 위해 얼마든지 맨 앞에 밀어붙일 수 있는 이슈"라며 "그러나 (인수위 측에서) 아직까지 별 말이 없는 걸 보면 '무기'로 활용하려는 의지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검증이 형식적 차원에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같은 불확실성은 대선때부터 예측돼왔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사업현장팀장은 "선거 전부터 박근혜 캠프에 4대강 관련 입장표명을 계속 요청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4대강 관련 공약도 나오지 않았다"며 "(재검토 의지에 대해)기대를 높게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환경부의 분위기는 이제라도 제 역할을 찾아야 할 환경부가 여전히 무소신, 눈치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그간 4대강이 환경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4대강 사업을 뒷받침하는 모습을 보여 환경 전문가와 단체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싸고도 큰 불신을 샀다. 감시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로 개발사업을 맡은 국토부와 다를 게 없는 태도를 취해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다만 4대강 관련 산하기관 기관장은 대폭 물갈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임용된 이상팔 국립생물자원관장 정도를 제외하고 전면 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석순 환경과학원장은 4대강사업 초기 논란 당시 "화물선 스크류가 돌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을 펼쳐 '스크류박'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4대강 전도사를 자임해왔다. 지금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퇴임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회 추진단장을 맡았던 박승환 환경공단 이사장은 올해 1월 1년간 임기가 연장됐으나 "외부에서 포화를 맞으면 바로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크다.
한편 인수위는 4대강사업 쟁점화를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업무보고 상황에 따라 재검토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인수위는 감사원의 4대강사업 감사 내용 보고에 대해서도 철저히 함구했다. 그런 가운데 감사원이 지난해 9월까지 실시한 4대강사업 감사 결과에는 수질악화 문제 등이 파악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감사원은 2010년과 2011년 감사에서 사업타당성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으나 이번에는 결과를 뒤집었다. 수질악화와 수생태계 변화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환경부, 국토부 등의 입장과 정면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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