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음악이 좋고, 춤이 좋고, 예술이 좋고..."


그저 춤추고 노래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공연 현장은 꿈의 무대가 아니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저작권 분쟁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 공연예술계에 마주치게 된다. 공연예술계 전반에 저작권을 둘러싼 신음소리가 넘친다. 그러나 뾰족한 처방을 못 찾고 있다. 관련 종사자들은 저작권 영역에 대한 이해가 '유랑극단' 시절에 머물러 있다고 자조할 지경이다.

서둘러 질서를 잡지 않으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마저 감돈다. 저작권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창작자들이 현장을 떠나 시장이 메말라갈 처지다. 공연예술 부문의 저작권 분쟁 해결 방식은 주먹구구식이며 정확한 기준, 합의도 없어 현장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창작물이 결합저작물 형태로 이뤄지는 뮤지컬 부문은 그 심각성이 크다. 해묵은 숙제를 아직껏 누구 하나 제대로 나서서 풀어내지 못 하는게 현실이다.


김종헌 성신여대 교수는 "저작권 분쟁이 심화됐다는 건 우리 공연 시장이 산업화, 대형화돼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현재 펼쳐지고 있는 홍역을 잡아야만 문화생태계는 물론 한류 기반을 육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제작사 "차라리 접자"=실례로 한 제작사는 뮤지컬 창작 한 편을 완성하고는 '다시는 작품을 안 만들겠다"며 법인을 청산한 일도 벌어졌다. 갈등, 분쟁으로 창작에 참여한 주체 모두 피폐해진 때문이다. 뮤지컬 '내 마음의 풍금'이 일으킨 논쟁은 향후 창작과정에서 저작권문제가 왜 중요한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논쟁과정을 살펴보면 초연 연출자의 재공연에 대한 로열티 요구-무대 디자이너의 로열티 요구-원작자(소설)의 계약 무효 요구-영화제작사(창업투자사)의 저작권 요구-영화시나리오 작가와의 저작권 양도 계약-공연기념 음반에 대한 배우의 가창료 요구-작곡자의 추가 곡에 대한 사례 요구 등으로 이어지면서 각자의 권리 주장에 따른 오해와 갈등으로 파국을 맞았다.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각종 스텝은 스텝대로 상처만 남게 됐다.


배해일 서울뮤지컬대표는 "요즘 곰탕집 국물까지 특허가 인정되며 이를 침해하면 처벌과 배상이 뒤따른다"면서 "미쳤구나 싶을 정도로 집 팔고 빚 내서 연출을 하고도 연출가의 창의성은 전혀 인정받지 못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그러다 보니 상도의는 물론 시장 질서조차 없어 예술가의 기본 소양마저 의심받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례가 있다. 3000회 이상 공연된 우리나라 대표 뮤지컬이다. 성공하기까지는 연출가의 공이 컸다. 연출가는 자본을 마련하느라 집을 담보로 제공한 정도로 혼신을 다 했다. 작업과정에서 대본 수정 또는 삭제, 보완 등 수십차례 참여해 아이디어 및 컨셉트 등을 결정하는데도 큰 공헌을 했다.


작가와 마치 핑퐁같은 토론을 통해 최종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게다가 연출은 출연자들의 급료를 지급하기 위해 각종 투자를 유치하고, 작품을 살리고, 무대 및 음악 등 다른 스텝과의 조율 등으로 건강을 망칠 정도로 작품에 헌신했다.이 작품은 1000회가 끝나고 제작사가 바뀌어 재공연이 이뤄져 3000회까지 이어졌다.


출연자들은 모두 유명해졌고, 작품은 뮤지컬 시장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꿔놓을 만큼 성공했다.


그러나 당초 작품 완성 및 흥행을 이끈 최초의 연출에게는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에 연출가는 법적 분쟁을 진행했고, 법정은 끝내 작가의 저작권만을 인정했다. 대본과 음악을 분리해 배타적인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한 미국 브로드웨이의 예를 감안하면 후진적 판단이라는게 공연계의 설명이다.


오히려 저작권 분쟁과 관련, 나쁜 선례만 남긴 경우로 기록된다. 공연창작물이 집단창작물임을 인정하지 않은데서 기인한 판단이다. 결국 그 작품은 재공연시 연출 이름을 뺀 채 작가나 작곡가, 배우 이름을 연출로 올렸다. 심지어는 한 역할에 배우가 서너명씩 달라붙어 스케줄이 비면 땜방하듯이 공연하다가 막을 내렸다.


정형수 작가는 "출연자간의 앙상블은 다 깨지고, 애써 키워놓은 자식이 다른 사람 손에 붙들려 망가진 것과 같다"며 "법정도 결합저작물이라는 미명하에 공연 정지 가처분은 물론 연출자의 최소한의 권리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연출 영역이 무대 위에서 동선부터 타이밍은 물론 배우의 동작 하나, 소품 하나, 조명의 각도, 색깔, 사운드 및 각 스텝간의 조율, 작품 완성도까지 점검하는 등 모든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저작권에서는 완전히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 공연예술 저작권 문제 해결방안은=최근 뮤지컬 부문은 연간 수천억원 규모로 시장이 커졌다. 그만큼 갈등과 분쟁도 늘었다. 한해 두어작품이 올려지던 것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여기서 저작권 분쟁은 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로 부각됐다. 뮤지컬은 대본, 음악, 무용, 무대 미술 등 어느 한 부분만 뛰어나다고 성공할 수 있지 않다. 각 분야를 균형있게 조율할 수 있는 연출의 힘이 중요하다.


작품 특성상 각자의 창의성을 따로 떼어서 설명하기 어렵다. 이미 분쟁, 갈등이 내재돼 있는 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와 토의는 거의 전무하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저작권 여부 판단, 공동작업인 경우 권리 범위, 제작사의 자본 부족 및 횡령, 법원 판단 기준이 되는 합리적인 증거들이다.


일단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표준계약서 개정이 절실하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권리 등록제 시행 등도 고려할만한 사항이다. 연출 등의 계약도 최초 지급된 사례 외에 저작권 양도계약에서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수익분배에 있어서도 공연 수익에 따라 개런티를 지급하는 방식도 요구된다. 영화에서는 종종 나타나는 방식이다. 아직 뮤지컬 등 공연에서는 일반적이지는 않다. 투자금 회수까지는 낮은 비율의 로열티를 받고 원금 회수 이후 수익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을 배당하는 방식도 고려할만 하다.


박주언 변호사는 "법조계에서도 저작권과 관련된 연구 및 자료 축적, 법적 권리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한다"면서 "공연예술의 상업화, 대형화, 전문화가 진척되는 상황에서 모든 종사자가 권리 보장을 받고, 혼신을 다해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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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좋아서 예술에 발을 들여 놓은 사람에게 창작물은 생존이며 또다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므로 저작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저작권문제는 음악, 미술, 사진 등 예술계 전반에 다 스며 있다. 음악계의 경우도 음원을 둘러싼 분쟁은 여전하다. 디지털 음원은 거의 공짜 수준이다. 창작 의욕을 저하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다. 예술산업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독소적인 부분임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는 한류 확산과도 직결되고 있어 관련 종사자, 정부 등의 논의가 더욱 절실하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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