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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비정규직 문제, 원인파악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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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부회장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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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공약들이 제시되면서 비정규직 관련 정책들도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 모두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현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상황에서 규제중심의 정책들을 양산하고 있을 뿐이어서 많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19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수많은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어, 대선 후보들의 공약 내용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과 대선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의 핵심은 모두 비정규직의 감축과 차별금지 강화이다. 아예 비정규직 사용 자체를 금지하거나 무조건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임금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같은 이상적 목표들이 실현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고용의 주체인 기업을 배제한 채 고용과 임금수준을 정부가 규제한다는 것은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며,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줄어들면서 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일단 채용하면 해고가 어려운 반면 임금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정규직 중심의 과보호ㆍ고임금 체계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사용이 규제되더라도 정규직을 뽑기보다는 그나마 채용하고 있던 비정규직 일자리만 줄인 채 인력 절약적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규직은 늘어나지 않은 채 그나마 일자리 창출의 숨통을 틔워주던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어들게 할 것이 자명하다.

비정규직은 악이요 정규직만이 선이라는 이분법적 시각도 문제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고용률은 10년 넘게 60% 전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여성고용률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 고용률 제고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시간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노동시장 밖에서 머무르고 있는 생산가능인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권이 마치 비정규직 문제가 대기업의 문제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95%는 중소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대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5%에 불과하다. 특히 전체 비정규직 중 70% 이상이 3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야 한다. 비정규직 사용을 규제할 경우, 우량 대기업들이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고용 규모 자체를 줄이거나 저임금과 유연한 노동시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야만 할 것이다. 특히 영세기업들은 사업 자체를 접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노동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정책은 비단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사내하도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대 국회와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법안과 정책들은 사내하청이라는 생산방식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것들뿐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보편화된 생산방식을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제한하고, 고용관계가 없는 원ㆍ하청 회사의 근로자 간에도 차별을 금지하는 등 세계적 추세와 근로계약의 기본원칙에 역행하고 있다.

우리는 비정규직과 사내하청근로자가 많다는 현상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과 사내하청근로자를 왜 사용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여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대증요법만 반복하면 결국 우리 경제는 저고용 상태의 지속이라는 난치병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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