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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해외로펌 인해전술, 전문성으로 맞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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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태평양 설립자 김인섭 명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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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자문시장 수입비중 5:5돼야
6년전부터 국제상사중재 시장 개척
최근 검찰 사건은 교육이 잘못된 탓


[대담 이명재 사회문화부장]"사회공동체가 평화질서를 유지하고 협동해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으려면 룰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법률가라는 전문가집단에 엄정하고 공정한 법 해석을 위한 역할과 기능을 부여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설립자 김인섭 명예 대표변호사(77·사진)는 '법치주의'를 이렇게 설명하며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강조했다. 제도와 법률을 만들면서 서로 차이점을 인정하되 공통분모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고 만들어진 법에 대해선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해 형해화하지 말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우리 사회가 풀어야할 숙제로 법치주의 정착을 꼽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을 설립하기까지
김 변호사가 인식하는 한국 사회의 법치주의 토양은 아직 척박하다. 그는 "국가의 정치 수준이 그 나라 국민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듯 법조의 수준 역시 마찬가지"라며 "우리 사회엔 자신의 주장과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안 가리면서 결과에는 순순히 승복하지 않고 책임을 미루는 정서가 유독 강하다"고 설명했다.

갈등이 법적인 쟁점으로 넘어올 때마다 그 해결과정에 필요한 절차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일제 강점과 분단 과정 등 핍박 아래 형성된 역사적 피해인식을 배경으로 꼽으며 "법률사회에 대한 의식구조가 체계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그의 반세기에 가까운 법조 경력을 녹여낸 저서 '추풍령에서 태평양까지'에도 언급됐듯 우리 사회는 선진국이 산업혁명 이후 수백 년에 이룩한 성과를 단 수십 년 만에 '압축'해 이뤄냈다. 김 변호사는 압축성장에 따른 명암 극복을 위해 법제개혁 못지 않게 전문화된 법률가 집단을 형성하는 것이 법률가로서의 책무라고 받아들였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설립 배경 또한 그의 이런 생각과 맞닿아 있다고 김변호사는 얘기했다.

"시민사회가 순수하고 책임지는 사회로 형성되어야만 지도자 선출과 여론이 제대로 자리 잡고 야합을 견제할 수 있다"

◆법률시장 개방을 맞아…
갈수록 법무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법무법인이 자생력을 갖추는 것은 쉽지 않다. 김 변호사 역시 1986년 태평양 설립 이래 갖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태평양 설립 직후 박종철 사건, 노사분규 등 사회적 혼란과 맞닥뜨려 법무법인의 일감이 대폭 줄었다. 그는 "속된 말로 식겁했다, 식구는 잔뜩 늘려놨는데 돈이 안 들어와 죽다 살았다"고 전했다.

힘겨운 시기를 지나 국내 굴지의 로펌으로 자리잡기까지 김 변호사가 강조한 것은 '자문시장' 개척이다. 김 변호사는 "어느 부문만 흑자를 내고 나머지 부분이 맥을 못 추면 로펌의 성장, 존속은 불가능하다"며 "송무시장과 자문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입 비중이 5:5, 최소 4:6은 되어야 법무법인이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태평양은 소속 변호사들의 해외연수 등 국제법률문제 해결능력 배양에 특히 공을 들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EU FTA 발효로 외연을 법률시장에서의 생존 전략 또한 궤를 같이한다. 김 변호사는 "변호사만 1000~2000명인 영미계 로펌과 규모의 경쟁은 할 수 없다"며 "문제해결능력을 전문화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져야만 살아남는다"고 설명했다. 태평양은 이를 위해 한발 앞서 국제상사중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 변호사는 "5,6년 전부터 시장을 개척했고, 상사중재 전문위원회 이사로 들어간 로펌은 태평양 뿐"이라며 "태평양이 이 분야에서는 특히 앞서 있다"고 자평했다.

◆원로 법률가가 전하는 고언
김 변호사는 법관으로 18년, 로펌에서 22년, 이후 시민운동에 이르기까지 반세기 가까이 법조에 몸담아온 원로 법률가로서의 고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통합 주장이 제기되는 등 갈등 논란이 끊이지 않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갖고 권한분쟁으로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큰 현실을 구분해 놓은 것이므로 일상생활과 정치생활의 경계가 애매하듯 법의 해석에 있어 분쟁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전제했다. 이어 "입법 등을 통해 보완ㆍ해결되야할 문제인데 아무래도 정책적, 원리적 부분이라 구체적인 상황까지 규범화할 수는 없으므로 전문적인 법률가들의 건전한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소 민감한 주제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배임ㆍ횡령 혐의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되자 재계에선 "너무 일방적이다. 우려스럽다"며 경제민주화의 희생양이라는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김 변호사는 이와 관련 "국민정서에 밀려 양형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사법의 심판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인 일"이라며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그는 "차별적인 집행유예 등 가볍게 처벌한다는 것이나 엄벌에 처한다는 것이나 모두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제대로 된 교육과 역사인식이 필요
최근 법조삼륜의 한 축인 '검찰'은 부장검사급 검찰 간부 뇌물수수 비리, 초임검사의 성추문 등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입에 담기도 싫은 창피한 인재가 법률가 일을 한다는 것은 교육에 근본문제가 있는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가가 되기 위해서는 가정교육 단계부터 자신의 영화ㆍ영달과는 무관한 자기절제가 철저한 가치집단으로 키워져야 한다"며 "민주사회 시민에 필요한 덕목 육성이 부족하다"고 씁쓸해했다.

김 변호사는 역사에 대한 교육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근거하는 국가인 동시에 보완적 사회복지국가"라며 "시민 덕목에 대한 교육은 무엇보다 건국역사와 이념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고 꼽았다. 사회가 변화ㆍ발전해 온 과정을 알아야 다음 사회에 필요한 시민의 자질을 배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그는 다음 저서로 역사에 대한 책을 준비하고 있다.

◆김인섭 변호사는…
김 변호사는 대한민국 법조 역사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다. 1936년 충북에서 나고 자라 고등고시 14회에 합격해 1963년부터 18년간 법복을 입고 이후 2002년 현역에서 물러날 때까지 법무법인 태평양을 설립하고 이끌었다.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재단법인 굿소사이어티 이사장으로 법치주의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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