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정훈의 '죽은 아내를 곡(哭)함'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조강 삼십년에 즐거운 일 없건마는/불평 사색을 내게 아니 뵈었더니/머리털 늙은 날 버리고 혼자 가려 하는고

정훈의 '죽은 아내를 곡(哭)함'

■ 조강(糟糠)은 술찌꺼기와 쌀겨를 말한다. 가난한 날 살뜰하게 그런 것들을 챙겨 빈 속을 채워주던 여자가 조강지처, 바로 오래된 아내이다. 삼십년간 날 위해 술상을 차려주고 밥상을 차려주던 그 여자를 위해 내가 해준 일은 별로 없다. 사색(辭色)은 말과 얼굴빛이다. 불평이 없었을 리 없건마는 나를 탓하는 말이나 표정을 한번도 내놓지 않았던 그 사람. 그러니 저 사람은 당연히 나를 위해 무던히 있으리니 생각을 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눈을 감는다. 당신 어찌 평소 스타일답지 않게 그렇게 훌쩍 가시는가. 김광석이 부른 노래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와, 어찌 이리도 닮았는가. 조선이나 지금이나,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애환은 거기서 거기인 모양이다. 이것도 노래이니, 가만히 읊조려보라. 단 세 줄에 녹아있는 미안함과 서러움이 물컹하게 들이치지 않는가. 정훈(1563-1640)은 임진왜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인조반정을 모두 겪었던 풍운아이다. 그 난리통에 동고동락했던 아내를 잃은 것이니, 슬픔은 더욱 지극했을 것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