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손님끌기...유통업체 '애교 작렬'
-e몰과 제휴해 쿠폰걸 행사 이벤트
-망치로 깨먹는 과자 슈니발렌 등
-별난 아이디어로 매출 당기기 총력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지난 16일 오후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 9층 이벤트홀.
그러자 금발의 한 여성이 냉큼 다가와 남성이 내민 집게손가락에 자신의 손가락을 갖다 댔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의 '교신성공'을 의미하는 함박미소를 지었다.
이어 금발여성이 주섬주섬 뭔가를 꺼낸다. 그가 내민 흰봉투를 열어보니 온라인 쇼핑몰 '금찌'의 10% 할인쿠폰이 들어 있었다. 온라인 고객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다.
행사장에서 남성셔츠를 팔던 한 직원은 “온라인을 통해 행사소식을 접했는지 이벤트홀의 주 고객인 주부외에 젊은 손님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고객층이 다양해졌다”고 설명했다.
쇼핑몰 금찌의 한 관계자는 “행사기간 3일 동안 1억원 정도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4개 온라인 업체가 참여했는데 다른 업체들도 다들 그 정도 매출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사상 초유의 불황을 맞은 백화점 업체들이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이색 아이디어를 짜내고, 독특한 신제품 등을 선보이며 불황의 깊은 터널을 헤쳐나가고 있다. 업체들의 톡톡튀는 마케팅을 비롯한 자구책에 추운 날씨가 맞물리면서 백화점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백화점 매출을 한 눈에 짐작할 수 있는 지하 식품매장에는 루이뷔통 매장을 방불케 하는 긴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바로 '혹성'처럼 생긴 못생긴 과자, 너무 딱딱해서 망치로 깨뜨려 먹어야 하는 이색 군것질거리인 '슈니발렌'을 사기 위한 줄이었다.
긴 줄에 서 있던 한 주부는 “신기해서 먹어보고 싶은데 매번 너무 줄이 길어서 못 샀다”면서 “오늘은 가능할 것 같다. 가족들에게 색다른 군것질거리를 사주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색식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슈니발렌은 11월 들어 6000만원, 버블음료 공차는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식품매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매장 안내데스크에서 종이백을 나눠주던 한 직원은 “요즘 손님이 많이 늘었다”면서 “이달 들어 날씨가 추워지면서 옷 사러온 손님들이 식품매장으로까지 이어진다”고 귀띔했다.
어묵코너에서 틀에 반죽을 넣고 어묵을 만들고 있던 나이가 지긋한 한 남성직원도 “추워져서 장사가 잘 된다”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간 여성복 매장 역시 겨울옷을 사러 나온 고객들로 다시 북적거렸다.
타임, 마인, 지고트 등 노세일 브랜드에도 100만원대 겨울코트가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등극했다. 새틴에서는 35만원대 여성머플러가 벌써부터 품절됐다.
150만원대 무스탕, 500만원대 밍크코트 등도 슬슬 품절모델이 나오기 시작했다.
퍼코트를 판매하던 한 직원은 “날이 추워지면서 판매율이 생각보다 좋은 편”이라면서 “밖에서 얘기하는 것보다 장사는 꽤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매장에서는 70만원대 다운점퍼가 불티나게 팔려 사이즈가 없을 정도다.
코오롱스포츠 매장의 한 직원은 “70만원대 안타티카 다운재킷은 품절돼서 재입고 된 상황”이라면서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노스페이스 다운재킷 히말라야, 휠라 손연재 패딩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아이더 매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 주말에 50만원대 패딩 한 모델만 10장 넘게 팔았다”면서 “날씨가 추워지면서 사이즈가 없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체들뿐 아니라 명동 가두점 업체들도 겨울단장에 나섰다. ABC마트 명동점에는 부츠를 신어보는 고객들로 매장이 가득찼다. 인기 드럭스토어 올리브영은 매장 밖에 핫팩, 뜨거운 음료 등을 내놓고 고객들의 발길을 잡는데 한창이었다.
중국인 고객들이 많이 찾는 라네즈 매장은 베스트셀러 제품인 슬리핑팩이 5000원 더 비싼 겨울용으로 대체 진열됐다.
라네즈 매장 관계자는 “날씨가 춥고 건조해 지면서 보습기능이 더 강화된 겨울용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신세계·현대 등의 백화점이 지난 2~11일 창립 사은행사를 개최한 가운데 작년 행사(11월 4~13일)보다 8~17% 신장세를 기록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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