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장영수의 '묵상'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천주교 수위 시절/밤중에 수녀관 담에서/나를 부르던 찬모 아줌마/그 뜨거운 옥수수빵 한 조각에/나는 이 세상 사랑을 배웠으니

일일이 열거해 무엇하리오/사랑의 원천은 그렇게 나를 /부르는 소리 같은 것이라/여기는 나를 바보 같다고/못난이들이 히죽거릴 때에도/나는 그런 분들을/흉내내고자 하였습니다

장영수의 '묵상'

■ 시는 일상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우린 시를 놓칩니다. 일상에 곳곳이 박힌 시에서 눈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장영수의 이 시는 그저 일기처럼 적어놓은 메모일 뿐인데도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리플레이되는 감동적인 그 장면으로 우리를 붙듭니다. 기교없는 문장들이 행가름으로 툭툭 끊어지며 무뚝뚝하게 던지는 고백같은 말들인데, 그 담백한 말투가 오히려 옥수수빵 한 조각으로 후끈하게 소통하는 사랑의 온기를 여실히 드러내는 듯 합니다. 수위 근무로 출출해지는 밤에, 별달리 아는 바도 없는 사람인데, 문득 담장 저쪽에서 뜨겁게 데운 빵을 건네는 아줌마의 마음. 그때 수위 아저씨! 라고 부르는 저 목소리의 따뜻함보다 더 아름답게 귀에 걸리는 소리를 당신은 들었는지요.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25일만에 사의…윤 대통령 재가할 듯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국내이슈

  • "애플, 5월초 아이패드 신제품 선보인다…18개월 만"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