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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빈섬의 '냄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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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짓는 사람들은 땅에서 나는 냄새로 밭을 구분한다. 좋은 냄새가 나는 밭이 있고 냄새가 사라진 밭이 있고 역한 냄새로 뒤엉킨 밭이 있다. 냄새가 깊은 밭이 있고 얕은 밭이 있다. 단순한 냄새로 이루어진 밭이 있고 수많은 냄새들이 역동하는 밭도 있다.(......)문명은 하나의 냄새이고 사막과 초원도 한겹 냄새일 뿐이다. 달빛 먹은 냄새가 다르고 어둠 먹은 냄새가 다르다. 햇살에 부풀어오른 냄새가 있고 이슬에 젖은 냄새가 있다. 슬픈 사람 아래에 슬픈 땅냄새가 있고 부드러운 마음 아래에 부드러운 흙냄새가 있다. 피를 머금은 땅의 살벌한 냄새가 있고 피를 머금은 땅의 따뜻한 시간의 냄새가 있다. 눈물은 냄새를 가끔 맑게 하지만 짐승의 똥들도 가끔 땅을 맑게 하는 것. 코끝을 흐르는 땅의 기운 그것이 고향이다. 어머니는, 이승에서 맡은 최초의 흙냄새다.

■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서 사랑스러운 냄새가 난다 합니다. 그게 무슨 냄새라고 물으면 "아유, 그게 당신 냄새지 무슨 냄새이겠어요?"합니다. 공기에도 묻어있고 베개에도 묻어있고 의자에도 묻어있는 것. 내가 미운 사람은 그 냄새부터 미워질까요. 나도 모르는 그 냄새가 떠도는 동안이, 나의 생애가 아닌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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