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장영수의 '묵상'

천주교 수위 시절/밤중에 수녀관 담에서/나를 부르던 찬모 아줌마/그 뜨거운 옥수수빵 한 조각에/나는 이 세상 사랑을 배웠으니

일일이 열거해 무엇하리오/사랑의 원천은 그렇게 나를 /부르는 소리 같은 것이라/여기는 나를 바보 같다고/못난이들이 히죽거릴 때에도/나는 그런 분들을/흉내내고자 하였습니다

장영수의 '묵상'

■ 시는 일상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우린 시를 놓칩니다. 일상에 곳곳이 박힌 시에서 눈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장영수의 이 시는 그저 일기처럼 적어놓은 메모일 뿐인데도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리플레이되는 감동적인 그 장면으로 우리를 붙듭니다. 기교없는 문장들이 행가름으로 툭툭 끊어지며 무뚝뚝하게 던지는 고백같은 말들인데, 그 담백한 말투가 오히려 옥수수빵 한 조각으로 후끈하게 소통하는 사랑의 온기를 여실히 드러내는 듯 합니다. 수위 근무로 출출해지는 밤에, 별달리 아는 바도 없는 사람인데, 문득 담장 저쪽에서 뜨겁게 데운 빵을 건네는 아줌마의 마음. 그때 수위 아저씨! 라고 부르는 저 목소리의 따뜻함보다 더 아름답게 귀에 걸리는 소리를 당신은 들었는지요.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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