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문인수의 '낡은 피아노의 봄밤'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피아노 속이 환한가, 때로 궁금하다. 지금/콩나물 대가리가 다시 수북하게 자란 저녁일까./아이들이 자라 스무살이 훨씬 넘는 동안 또 몇 년/뚜껑 한번 열린 적 없었을 것이다/무겁게 내려앉은 피아노는 저도 컴컴한 헌집이다./문턱처럼 걸린 불화와 저녁노을처럼 걸린 쓸쓸한 날들,/묻지 마라. 어두워진 것처럼 꽉 다문 입, 속은 구린내 나겠지만/흉금이란 노후에도 노후해도 썩지 않고 영롱하게 글썽이는 것.(......)

문인수의 '낡은 피아노의 봄밤' 중에서
■ 와, 나도 이런 시를 쓰고 싶다. 우리 집에도 그런 피아노가 있으니까. 굳이 몇백만원 짜리 피아노를 산 것은, 아내의 로망에 헌정하기 위해서였다. 아이 셋이 초등학교를 지나오는 동안, 피아노 건반 위에는 세 아이의 손이 번갈아 지나갔다. 살이가 각박해진 아내는, 먼지가 쌓여가는 피아노를 자기자신처럼 생각했다. 먼지가 쌓여가는 피아노같은 아내. "좁은 거실에 저거 필요 있을까"라고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기라도 하면 아내는,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짓는다. 피아노가 굳이 필요의 문제냐고 묻는다. 가끔 피아노 아래에 엎드리거나 누워 나는, 아이들의 발이 닿았다 지나간 피아노의 발을 만지작거린다. 첫날밤 잡았던 아내의 작은 발처럼 섹시하고 매끄러운 그 발을.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