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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이빈섬의 '노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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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면 온다. 나는 잠깐 편승한다. 부르는 동안 너는 나의 실존을 태운다. 가사에도 리듬에도 숨소리가 없는데 내게 들어오면서 삶을 시작한다. 노래하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새들이다. 노래를 듣는 것은 노래가 아니라 새들이다. (......)무엇인가 안에서 논다는 것. 울면서 놀고 웃으면서 놀고 신들린 듯 팔다리가 멋대로 놀고 대지가 껑충거린다는 것. 노래와 노래가 어깨 겯고 나아가면 그게 평화이며 화음이다. 노래는 둥글다. 노래는 가장 먼저 달려나가고 가장 늦게까지 울음을 끌고간다. 최후이며 태초이다. 노래를 자르기 위하여 새들의 목을 잘라도 목없는 노래가 부르면 날아온다. 가장 낮은 곳에서 더 이상 주저앉을 곳 없는 곳에서 담배를 피워문 노숙의 추운 바닥에서 곡도 가사도 헤진 이름모를 노래는 부르면 온다.

이빈섬의 '노래' 중에서


■ 내게도 혹부리영감처럼 노래주머니가 있어서, 누가 그 혹을 천금에 떼어가겠다고 하면, 아마도 나는 못 팔지 모른다. 서울서 고향까지 다섯 시간 동안 차를 몰면서 흥얼거리던 그것이 사라진다면, 슬플 때 기쁠 때 무시로 새나오는 유행가 자락을 금지곡으로 만든다면, 그 이후의 생은 정말 숨이 막혀서 어떻게 살겠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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