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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서정주의 '추사와 백파와 석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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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마재 마을의 절간 선운사의 중 백파한테 그의 친구 추사 김정희가 만년의 어느날 찾아들었습니다./종이쪽지에 적어온 <돌이마[石顚]>란 아호 하나를 백파에게 주면서,/'누구 주고 시푼 사람 있거던 주라'고 했습니다./그러나, 백파는 그의 생전 그것을 아무에게도 주지 않고 아껴 혼자 지니고 있다가 이승을 뜰 때, '이것은 추사가 내게 맡겨 전하는 것이니 후세가 임자를 찾아서 주라'는 유언으로 감싸서 남겨놓았습니다./그것이 이조가 끝나도록 절간 설합 속에서 묵어 오다가, 딱한 일본식민지 시절에 박한영이라는 중을 만나 비로소 전해졌는데(.......)

서정주의 '추사와 백파와 석전' 중에서
■ 이건 고급 유머다. 평소 신랄하게 설전을 벌였던 추사 김정희와 백파선사. 추사가 '돌대가리'라는 호를 지어 백파에게 주면서 '이것이 그대에게 맞으면 가져다 쓰게'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백파가 생각해보니 세상에 가장 뛰어난 석두(石頭)는 바로 부처가 아닌가. 수많은 불상이 모두 돌이다. 내가 그 급은 안되지. 그래서 돌아가시면서 후세에 그 호칭에 맞는 사람에게 전해주라고 유언을 남겼고, 그 얄궂은 호가 큰스님 박한영에게 돌아갔다는 얘기다. 이름이란 인간이 입는 옷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돌대가리'란 말 들으면 감사하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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