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행복'
기자가 놀란 것은 그 순간 열차 안의 분위기였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전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위로의 말을 건네기는커녕 놀라거나 심지어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일견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라 한 두 사람은 웃을 법도 한데 말이다. ‘아주머니가 부끄러워할까 봐 애써 모른 척 했겠지’라고 나름 해석 했지만 어색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요즘 대통령 후보들의 캐치프레이즈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경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공정경제’를,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혁신경제’를 각각 내세우고 있다. 이들의 주장을 크게 보면 ‘성장우선’이냐 ‘분배우선’이냐로 대별할 수야 있겠지만 사실 국민들 눈에는 거기서 거기다.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경기 불황에 허리가 휘는 국민들이고 보면 후보들이 맥락을 잘 못 짚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빠진듯한 느낌이다. 무엇을 위한 ‘경제’인가라는 물음에 답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행복이지 않을까. 경제문제만 해결된다면 행복해지는 것일까. 현재 국민들이 불안하고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 꼭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만일까.
얼마 전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34개 OECD 국가 중 32위다.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초라한 성적표다. 그 이유를 경제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서 찾는 것도 물론 설득력이 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국민성 탓이라는 진단도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국민들이 아쉬워 하는 것은 ‘믿음’이다. 정직하게 열심히 일하면 최소한 불행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 누군가 나도 모르게 나의 노력의 결과물을 가로채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내가 힘들어지면 이웃이 나를 위로해줄 것이라는 믿음.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국민을 위해 일해줄 것이라는 믿음들 말이다. 믿음이 없으면 불안해지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행복해질 수가 없다.
‘창조’ 해봐야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혁신해봐야 나에게 혜택이 돌아올 수 없다면, ‘공정’을 믿을 수 없다면, 국민들은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나를 잘살게 해줄 대통령보다 나를 불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대통령을 바라고 있다.
백재현 온라인뉴스 본부장 it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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