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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알리려 유럽 여행 "한복 입고 발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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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3개국 돌며 '독도 이벤트' 연 조준영씨

터키인, 번개모임으로 만난 여행객과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조준영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터키인, 번개모임으로 만난 여행객과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조준영씨(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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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올 여름 독도를 홍보할 목적으로 유럽 13개국을 돌았던 조준영(30)씨. 그는 성균관대에서 발레를 전공했지만 정작 직장은 발레와 상관없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회사 와이즈와이어즈에서 근무한 이색경력의 소유자다. 조씨 자신도 아직 독도를 가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도 알리기에 나선 이유는 일본의 영유권 주장에 한국 사람으로서 무언가 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조 씨의 여행은 독도 알리기라는 성격 외에도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 바로 한국의 20~30대에게 흔한 무기력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라는 것. 조준영 씨가 잘 다니던 회사를 관두고 여행길에 오르기까진 많은 고민이 있었다. 30살을 맞은 올해 부쩍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했다. 결국 그는 회사를 나와 어릴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패션과 관련한 일을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조 씨는 다니던 회사를 관둔 후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외국여행을 가보고 싶었다. 어려웠던 가정 형편과 그 때문에 군대를 못 갔던 아쉬움도 여행에 대한 욕망을 키웠다. 초행길이었지만 포부는 컸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에 나오는 체 게바라처럼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다. 여행 경비는 회사에서 퇴직금 조로 받은 400만원과 회사 대표가 "이벤트를 할 거면 우리 회사 홍보도 해보라"며 선뜻 지원해준 300만원까지 총 700여만원이 전부였다.

막연했던 여행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며 점차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조 씨는 스쿠터로 유라시아를 횡단한 경험을 책으로 낸 대학생 권준오 씨에게 이메일을 보내 조언을 구했고, 그와 만나 협찬 제의 방법 등의 실제적인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이후 그는 지자체, 정부산하기관, 대기업 유럽의 한인 자영업자 등 4개월간 500여 곳에 여행계획 제안서를 보냈다. 도움을 준 곳은 그중 단 8군데였다. 그마저 금전적인 도움보단 숙소나 텐트, 물품 등이 다였다. 하지만 그는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게 기뻤다고 한다. '거절에 익숙해져야 한다', '전화나 이메일보단 방문이 우선이다' 조 씨가 당시 블로그에 쓴 협찬 의뢰 비법이다.
여행을 위해 운전면허와 국제 면허 자격증도 땄고 각국의 스트리트 패션을 촬영해 귀국 후 패션업계에 보낼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마치 아이처럼 신이 났다. 나중에 삭제하긴 했지만 '지역유지에 식사 대접 받기', '공주와 함께 말 타기' 등 다소 황당한 위시리스트가 들어갔을 정도다. 그는 두산중공업, 박술녀 한복 등 업체의 도움으로 올 6월말 독일 프랑크푸르트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그는 독일에서 50㏄ 스쿠터를 구입한 후 긴 여행길에 올랐다. 하지만 정해진 기간에 스쿠터로 전 유럽을 돌기엔 무리가 따랐다. 잠잘 곳을 찾기도 마땅치 않은데 스쿠터를 주차할 곳까지 생각해야하는 건 고역이었다. 산비탈길에서 초대형 화물차가 따라붙어 심장이 철렁할 때가 부지기수였다. 결국 그는 여행 한 달 만에 스쿠터를 되팔고 이후 열차와 배,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계속했다.

무뚝뚝한 동유럽 경찰에게 무작정 졸라 숙박을 해결하기도 했고 친절한 이혼남을 만나 융숭한 대접을 받은 적도 있다. 독도 이벤트도 예정대로 진행했다. 조 씨는 로마 파리 이스탄불 등 유럽 주요도시의 한가운데서 한복을 입고 '독도는 대한민국 땅입니다'라고 쓴 현수막 이벤트를 벌였다. 사람들의 현수막에 관심을 보이는 행인들에게 여행 취지를 설명해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식이었다. 거리 한복판에서 전공인 발레를 추며 행인의 눈길을 끌어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장기간의 여행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일단 울면서라도 가자". 조 씨가 당시 일기에 썼던 말이다. 여정 초반인 7월 초 체코 프라하에서 브루노로 가던 도중이었다. 내비게이션용도로 쓰던 휴대전화가 고장 난 게 눈물의 시발점이었다. 우리 땅 독도를 유럽에 알리자며 기운차게 나선 여행이었지만 낯선 곳을 헤매며 겪었던 설움과 외로움이 한 번에 밀려왔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운도 따랐다. 여행 한 달 만에 가지고 있던 돈이 다 떨어져 갈 때쯤 우연히 민박체인 '한인텔' 관계자가 조 씨의 페이스북을 보게 됐고 현지에서 머물 숙소를 제공했던 것. 또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전격 방문으로 독도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던 당시 분위기도 조 씨의 여정에 순풍으로 작용했다. 조 씨는 이후 유럽 여행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번개모임을 수차례 성공시키기도 했다.

지난달 무사히 여행을 마친 그는 현재 당시 썼던 글을 정리해 책을 출간할 예정이다. 조준영씨는 "대한민국 청춘들은 모두 대단한 능력자들이다. 하지만 뭐든 한방에 성취해 안락한 생활을 하려 한다"며 "그런 이들에게 해 줄 말이 많다"고 말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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