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이빈섬의 '자생력(自生力)'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잡초는 이승이 지옥이다. 모가지를 내밀기만 하면 커다란 가위가 달려들어 싹수부터 싹뚝 자른다. 그에게는 지상이 거대한 단두대다. 원죄는 내 죄가 아니라는 점, 나는 그저 태어났을 뿐이라는 점, 점점이 찍어 강조하고 강조해본들 이 수천년 풀밭이, 이 영원의 집구석이 콧방귀도 안 뀐다. 하지만 어떤 잡초도 자살하지 않는다는 점, 제 팔자에 대해 투덜거리지 않는다는 점, 깨알같이 흩어져 살아남는다는 점, 점점이 터져나와 점점이 빛이 되는 그것이 오늘의 운세다. 저 무식한 가위를 피하여 세상에 잠입하여 제 풀대를 내고 풀꽃을 피우고 제 풀씨를 날려 요령도 좋게 살아간다. 잡초에게는 이 모든 불편이 생을 분발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 아는가. 치명적인 것이 생명을 돋운다는 것. 이런 대스승을 보았는가.

■ 오래전 다녔던 광고회사 동기모임에서 이 시를 낭송했더니, 양평에서 음악실을 한다는 친구가 그 음악적인(?) 벽에 걸어놓고 싶다고 했다. 봄에서 가을까지쯤 달리면 지치는 순간도 오는 법이다. 그럴 때 돌아보는 생명의 씩씩함.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