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조치이지만 그동안 너무나도 굼떴고 무능력했다.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물론이고 무릇 재난 대응이란 신속하게 진행해야 피해를 최소화하고 복구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난 지 열하루가 지나서야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체계적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허둥대는 동안 사고지역 인근 주민들은 건강과 생활에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 누출된 불산이 주위에 퍼져 농작물ㆍ가축ㆍ토양ㆍ지하수ㆍ강물을 오염시켜 야기되는 '3차 피해'의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졌다.
불산은 인체에 스며들면 살과 뼈를 녹아내리게 하는 치명적 독성을 지닌 화학물질이다. 이런 위험 물질에 대한 관리와 사고대응이 이토록 허술하다면 우리는 각종 유독성 화학물질의 위험에 상시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의 으뜸가는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일이다. 정부 합동 대책회의를 계기로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부실ㆍ늑장 대응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 총체적 문제가 드러난 재난대응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