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정부가 면세사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공공기관인 한국관광공사 관할 면세점 수가 줄면서 정규직 인원이 대폭 축소되고 비정규직이 늘었다. 특히 징세권을 포기하는 특혜산업인 면세사업을 롯데와 신라호텔 등 민영 기업들에게 몰아주면서 중소기업 상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8년 현 정부가 제 4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진행돼온 공사 관할 면세사업 중단으로 현재까지 4곳의 공사 관할 항공·항만 면세점이 문을 닫았다. 해당 면세점은 목포해항·속초해항·무안공항·청주공항 등이다. 더불어 내년 2월 공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면세점이 폐쇄될 예정으로, 단계별로 인천항·부산항·평택항 면세점도 문이 닫게 될 전망이다.
고용불안보다 더 큰 문제는 민영화로 인해 명품 위주의 외국산 브랜드 상품의 공항·항만 면세점 점유율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공사는 수익보다는 국산품 홍보와 중소기업과의 상생 방안으로 4대 면세점 품목은 배제하고, 국산품과 국내 장인들의 공예품, 일부 외국산 브랜드를 위주로 취급하고 있다. 여기서 4대 품목이란 가격이 높고 수익성이 좋은 양주, 담배, 향수, 화장품을 뜻한다.
노회찬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면세산업에서 업체별 시장점유율을 살펴본 결과 공사의 비중은 지난 2007년 12.02%에서 2011년 4.19%로 줄어들었다. 대신 롯데는 같은 기간 42.24%에서 50.7%로, 신라는 10.89%에서 28.38%로 늘었다.
이 관계자는 "공사는 그동안 면세사업을 수익사업으로 해 벌어들인 수익을 국민 세금을 빌리지 않고 관광 진흥과 홍보에 자금을 투입해 왔다"면서 "대기업이 면세점 점유율은 엄청나게 크지만 정작 항만·공항에서 판매되는 국산품 40%가 공사 관할"이라고 말했다.
공사 노동조합측도 같은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면세점을 단계적으로 모두 중단시키려는 계획으로, 비정규직을 쓸 수밖에 없는 고용불안 상태이며 중소기업이나 공예산업 판로 개척, 국가 브랜드 홍보에도 외국산 제품들로 넘쳐나는 면세점의 모습은 바람직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공사측에 따르면 정부는 선진화 방침을 확정지으면서 공사에 관광단지 개발이나 면세사업이 핵심산업이 아니기 때문에 외래관광객 유치와 같은 중심사업에 전념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하지만 공사 측은 고용불안과 중소기업과 관련한 협력사업 축소 등을 이유로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측에 면세사업 연장 운영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면세점 민영화 방침에 변경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