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6경기 만에 터진 시즌 23호 홈런. 이대호(오릭스 버팔로스)는 웃지 않았다. 반성과 후회로 자신을 채찍질했다.
이대호는 26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 호크스와의 홈경기에 4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 1회 2점 홈런을 터뜨렸다. 2사 1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아라가키 나기사의 4구째를 공략, 왼 담장을 넘겼다. 시즌 23호 홈런. 18일 니혼햄 파이터스전 솔로 홈런 이후 6경기 만에 대형아치를 그렸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경기 뒤 이대호는 한 차례도 미소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25일 해임된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이대호는 “오카다 감독이 해임된 건 전적으로 내 탓이다. 지난해 입단 때 일부러 한국까지 찾아와주셨는데 정말 죄송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그라운드에서 내내 오카다 감독에 대한 생각만 했다.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선수단이 충격에 휩싸인 건 당연하다. 오릭스 구단은 리그 최하위가 확정되자 지난 22일 오카다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올 시즌 지휘봉은 끝까지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선수단이 구단 사상 처음으로 11연패 늪에 빠지자 평소처럼 경기장에 나온 오카다 감독에게 갑작스레 해임을 통보했다. 이에 이대호는 “내가 더 노력했다면 이런 일까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는 타이틀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홈런왕도 좋지만 24, 25개로 차지하는 건 부끄럽다”라며 “내년에는 무조건 30개 이상을 때려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라고 밝혔다. “선수들이 내년 혹은 그 이후라도 배우고 느낀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긴 채 퇴장한 오카다 감독. 이대호는 스승의 당부를 잊지 않고 있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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