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출마 선언식은 아이폰 현상의 데자뷔 같았다. 오후 3시 회견에 앞서 수백여명의 취재진과 지지자가 오전부터 진을 쳤고 오후3시 회견은 전국에 생중계됐다. 그는 "이제 저에게 주어진 시대의 숙명을 감당하려고 한다"며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내려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문, 방송, 인터넷이 들끓었고 전국민에 회자됐다. 지지부진했던 지지율도 뜀박질했다. 아주 성공한, 준비된 마케팅이다.
안철수라는 상품은 신상인 데다 전혀 다른 상품이다. 그는 의사, 벤처기업 CEO, 대학교수, 인기저자와 강연자, 젊은층 멘토로 정치 외에서 일가를 이뤘다. 처음에는 "정치는 제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고 했고 대권주자로 거론된다고 하자 "당혹스럽다"고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참여의 빗장을 조금씩 열었다. 그의 지지율은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어 안철수 현상이 나타났다. 노빠(노무현추종세력)처럼 안빠도 불어났다. 그의 입에서 "대선출마"라는 말이 나온 적은 없었는데도 말이다. 마침내 상품이 출시됐고 2040세대를 중심으로 한 고객들에게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박-문-안 세 상품에 대한 고객의 최종선택은 12월 19일에 결판이 난다.
지금은 시장의 초기로 결과를 예측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스펙과 품질로는 누구도 90일을 버티기 어렵다는 점이다. 박근혜ㆍ문재인 후보는 각각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그림자를 지워야하고 두 후보 모두 당내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악재를 잠재우고 끊임없는 쇄신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안 후보는 마냥 신선함과 착함만으로 승부해선 안되고 모든 현안에 직접 입장을 밝혀야하며 전무하다시피한 국정철학과 비전, 공약의 공란을 채워넣어야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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