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나라는 천연물신약 개발에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한의학이라는 전통의학 지식체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이 수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동안 약물에 대한 1차적인 스크리닝을 우리는 꾸준히 경험적으로 해왔으며, 이를 기록자원으로 보유하고 있는 전 세계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신바로, 레일라 등 현재 허가된 대부분의 천연물신약들은 일선 임상 한방병의원에서 사용되던 처방을 바탕으로 했거나, 한의학 문헌의 기록을 기반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이런 점에서 전통의학 지식이 없는 국가들의 연구자들에 비해 우리는 출발부터 유리한 위치에서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좁은 국토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특산종 300여종을 포함한 약 4500여종의 자생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자들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미 도출된 우수한 연구 성과들은 우리나라 생명공학 연구자들의 능력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먼저 현재 국내시장의 성공이 필연적으로 세계시장 진출과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외국의 관련 법규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부재하다면, 천연물신약 열풍은 자칫 찻잔 속의 태풍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자원의 다양성은 풍부하지만 절대적인 양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경우 천연물신약 개발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한약 자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측되는 천연물신약 후보라고 하더라도 원료 확보에 대한 보장이 없다면 지속적 개발은 요원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부의 일관된 연구개발에 대한 지원과 정책적인 관심이다. 현재 천연물신약 시장의 성장에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과 정책지원이 중요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천연물신약 분야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도 한 단계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팽이도 돌아갈 때 때려야 더 잘 도는 법이다.
최승훈 한국한의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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