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강등했는데 국채는 강세.. '따로노는 신용등급'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국제신용평가사들의 힘이 예전같지 않다. 신평사들의 국가신용등급은 금융시장에서 무시못할 척도로 기능하고 있지만, 적어도 국채시장에서만큼은 ‘판정’과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프랑스 국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1월13일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트리플A)’에서 ‘AA+’로 한계단 하향한지 8개월이 지났지만 채권시장에서 프랑스 국채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집계에서 모두 1조700억유로(약 1조4000억달러) 규모인 프랑스의 장·단기 국채 가치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 7.4% 뛰었다. 강등 당시 3.08%였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8월3일 역대 최저치인 2.002%까지 떨어지면서 독일·미국 국채 10년물보다 더 급격한 하락폭을 보였다. 국가부도 지표인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은 이달 17일 기준 96bp(1bp=0.01%포인트)로 1월13일 대비 223에서 크게 떨어졌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날로 확산될수록 거꾸로 시장은 더욱 프랑스를 믿은 셈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달 9일 국영방송 TF1 인터뷰에서 “국제 금융시장에서 프랑스의 자금조달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면서 “프랑스가 이런 낮은 금리로도 조달이 가능할 정도로 신뢰받는 나라임이 자랑스럽지만, 여기에 만족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년 안에 프랑스 경제를 되살리겠다”면서 2013년까지 정부 재정지출을 동결하고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는 한편,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고용 확대 등을 약속했다.
프랑스 국채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신평사들의 분석이 시장이 받아들이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음을 말해 준다. 미국의 경우도 지난해 8월 S&P가 사상 최초로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해 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을 일으켰지만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올해 7월 역대 최저치인 1.4%까지 떨어지는 등 강세를 보였다.
구니베 신지 니세이어셋매니지먼트 채권투자부문 투자책임자는 “시장에서 신평사들이 점차 신뢰를 잃고 있다”면서 “프랑스같은 비중있는 국가들은 AA등급이라 해도 전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신평사들도 할 말은 있다. 새런 비치 S&P 홍보담당자는 “신용등급 부여는 디폴트(부도) 가능성에 대한 장기간의 상관성에 기반해 분석한 결과이며 단기적인 시장 가격의 움직임에 따른 것이 아니다”면서 “신용등급과 실제 시장의 신용도지표는 종종 차이가 나며 이는 근본적으로 다른 변수와 과정에 따른 것으로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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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이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무디스, S&P, 피치 등 3대 신평사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부실화가 곪아터진 뒤 “위기를 제대로 알려야 할 신평사가 부정확한 평가모델을 사용해 정크본드에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등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여론에 시달렸다.
S&P의 구조화금융 부문 책임자였다 해고된 데이빗 제이콥은 “평가 대상자인 정부와 기업들이 수입원인 신평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겠느냐”면서 “이미 투자시장의 ‘큰손’들은 금융위기 이후 신평사들을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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