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시립박물관은 "14일 자로 바랴크함 깃발 대여기간을 2년 연장한다는 공문을 러시아 중앙해군박물관에 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이어 "당초 러시아 쪽에서 대여기간을 10년 더 연장해달라는 서한이 왔지만 2년 만 더 빌려주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해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러시아는 영국과 패권을 다투던 서구 제국주의 '맹주'였다. 1870년대부터 그 세력은 동북 아시아로까지 뻣어갔다. 신흥 제국을 꿈꾸던 일본과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러시아에게 바랴크함은 그 선봉이었다. 러시아는 지금도 108년 전 침몰한 바랴크함 깃발을 '영광스런' 제국 러시아의 유산으로 애지중지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2년 인천시립박물관 지하 수장고에서 깃발을 발견한 뒤 줄곧 보관해왔다. 그러다 안상수 전 시장 시절인 2009년 순회 전시를 하고 싶다는 러시아 쪽의 요구에 처음으로 9개월 간 깃발을 대여했다가 돌려받았다. 이후 새로 취임한 송영길 시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10년 11월 러시아에 2년 간 깃발을 다시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 해군은 108년 전 침몰한 함선의 이름을 그대로 붙인 새 바랴크함을 몰고 와 깃발을 가져 갔다. 이번에 또 다시 대여가 이뤄지면 세 번째다.
인천시는 바랴크함 깃발을 향후 대(對) 러시아 교류협력의 '지랫대'로 쓸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근 러시아의 대여기간 10년 연장 요청이 왔을 때에도 인천시는 공식적인 여론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러시아에 깃발을 넘겨주는 게 아니라 2년 동안만 빌려주는 것"이라며 "깃발 대여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 인천이 얻을 수 있는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판단"이라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