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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엔 하우스푸어 없다?'.. 은행에 집 넘어가면 채무 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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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푸어 탈출구는 없나
③해외 하우스푸어 대책은
금융기관이 추가손실 떠안아
유럽도 장기대출 리스크 분담
커버드본드 등으로 유동성 확보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주택담보대출 제도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유리하게 짜여져 있다. 대출금 회수가 여의치 않을 경우 금융기관의 책임 분담 장치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올해들어 경매 낙찰가로도 대출금액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아파트'가 큰 폭으로 늘어나 신용불량자 속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제도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변동에 대해서도 채무자가 대부분 부담을 떠안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대부분 대출상품이 원리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도록 해 주택가격 하락 때 채무자 디폴트에 따른 금융부실 확대 가능성에 노출돼 있다. 경기상승기에도 대출금리 갱신주기가 1년으로 짧아 금리 인상에 따른 불이익을 채무자가 고스란히 떠안도록 하고 있다.
해외 주요 선진국들은 주택담보대출 채무자들이 단기적으로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다양한 완충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주택을 포기할 경우 해당 대출 채무에 대한 책임을 면제시키는 비우량주택 담보대출제도의 확대 적용을 검토 중이어서 주목된다.

◆은행에 집 넘어가면 '채무 자동 면제'= 미국의 20여개 주에서 운영하는 주택담보대출 제도는 집이 은행에 넘어가면 채무를 자동적으로 면제해준다. 예컨대 주택담보대출 3억원 낀 아파트 가격이 2억5000만원으로 떨어졌을 경우 채무자가 집을 포기하면 금융기관이 5000만원을 손해보는 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 은행들이 대거 파산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담보물에 대해 100% 대출을 해줬다가 부동산 경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이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담보물을 처분해 회수하고 나머지 부채를 채무자의 소득에서 평생 충당하는 국내 상황과는 판이하다. 부실 금융기관 구조조정 작업이 마무리돼 가고 주택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미국에서는 '사회적 비용'을 충분히 치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미국 정부는 해당 주택담보대출 제도를 연방법안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놓고 상ㆍ하원과 협의 중에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총부채상환비율(DTI), 소득인정비율(LTV) 등 외국에 비해 엄격하게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적용해 미국 만큼 대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집으로 인한 빚의 부담을 채무자가 100% 부담하지 않는 방안을 신중하게 연구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빚 부담 헤지 수단 다양해져야= 미국과 유럽 주요 국가들은 주택담보대출을 10년 이상 장기 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금도 이자도 거주하는 기간 동안 나눠서 분할 상환하도록 해 채무자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미국의 경우 90%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이 장기고정금리형 상품인데 그에 따른 위험 대부분은 공적 지원기관이 분담한다. 실제로 연방주택청(FHLB)은 상업은행, 저축은행 등 주택담보대출 금융회사 보유 주택모기지를 담보로 융자를 실시해 대출기관에 유동성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자금이 일시 부족해질 경우 연방 주택대출은행에서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 리스크를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프래디 맥(Freddie Mac) 등 주택담보대출 인수 전문금융기관의 주택담보증권(MBS) 발행을 통해 장기대출 리스크를 분담하고 있다.

독일, 네덜란드, 스위스 등 유럽국가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20~30년, 금리변동주기를 5년 형태로 유지하면서 금융회사와 차입자가 관련 위험을 나누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필요 장기자금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커버드본드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담보로 하는 채권이다. 시중은행이 커버드본드를 활용하면 모기지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면서 장기자금을 쉽게 조달할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주택금융공사가 금융기관과의 적격대출 협약을 통해 장기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하지만 특별법으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수 있는 규정을 둬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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