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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칼럼]2013년을 향한 R&D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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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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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재찬 논설실장]개그콘서트의 '애정남'(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 이야기를 처음 들은 것은 지난해 추석이다. 처갓집에 가 저녁을 먹는데 식구들이 처제에게 물었다. 오늘은 어떻게 일찍 왔냐고. 명절에 저녁 9시는 돼야 친정에 오던 처제가 그날은 낮 2시쯤 도착해서였다. 처제는 웃으며 "애정남 덕분"이라고 했다.

시댁에서 차례 지내고 아침식사 후 차를 마시며 손윗동서가 애정남 이야기를 꺼냈단다. '명절에 언제 출발해야 시어머니 눈치 안보나요?'라는 시청자 질문에 개그맨 최효종이 올린 답글로 아침 먹고 설거지 끝낸 뒤에도 시어머니가 이런저런 이유로 붙잡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웃으며 듣던 시어머니가 손을 저으며 말씀하셨다. "나는 그런 시어미 아니다!" 덕분에 처제는 점심 설거지를 마치고 친정으로 출발할 수 있었다.
인기 절정의 애정남도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해졌다. 방청석 반응도, 인터넷을 통한 질문도 줄었다. 결국 9개월 만에 다른 코너에 밀려 하차했다. 애정남의 주인공 최효종의 인기가 주춤하는 사이 '네가지'의 뚱뚱한 남자 김준현과 '용감한 녀석들'의 신보라가 상종가를 쳤다.

개그콘서트의 인기 비결은 출연진의 치열한 연구개발(R&D) 정신이다. 아이디어 회의가 거의 매일 반복된다. 녹화를 하고 싶어도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녹화를 마쳤다고 방송에 나간다는 보장도 없다. 방청객 반응이 시원찮으면 통째로 잘려 나간다(통편집). 한두 번 방송을 탔다가 잘리는 코너도 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코너별 시청률이 죽 나온다. 서바이벌하기 위한 R&D 경쟁이 개콘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인기 코너를 진행하는 개그맨을 광고모델로 데뷔시킨다. 젊고 날씬한 아이돌 그룹이 춤으로 무장한 K-POP이 해내지 못한 미국시장 공략을 아랫배 나온 30대 중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해낸 것도 싸이의 독특한 R&D 정신, 창발성(創發性)의 산물이다.

개그와 대중가요 무대가 이럴진대 글로벌 경제전쟁터는 오죽할까. 애플과 삼성전자가 벌이는 양보 없는 소송전도 R&D 결과로 나오는 특허싸움이다. 자동차시장은 벌써 2013년형 모델 경쟁으로 뜨겁다. 준중형차 시장을 놓고 현대 2013 아반테와 기아 K3가 벌이는 신경전을 보면 두 회사가 형제 같지 않다. 2013년 시장을 놓고 샅바싸움을 벌이는 게 자동차업계만이 아니다. 대선이 10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정치판은 더욱 치열하다.
R&D가 옛날 도랑에서 물고기 잡듯 물길을 막고 품는 식으로 될 리 없다. 고객 수요조사는 기본이다. 여기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더해야 한다. 독창성은 물론 편의성 시장성 성장성 등을 두루 갖춰야 상품화가 가능하다. 한우물만 판다고 되지 않는다. 때로는 역발상도 필요하다.

한때 나이키의 경쟁상대는 닌텐도라는 말이 화제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 잘 나가던 스포츠용품 매출 신장세가 꺾이자 원인을 분석했다. 핵심고객 청소년층이 스포츠가 아닌 게임에 빠져든 결과였다. 다른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닌 게임업체 닌텐도를 겨냥한 R&D에 몰두했다. 청소년을 다시 운동장으로 불러내자며. 그래서 애플과 손잡고 만든 제품이 아이팟 액정표시장치(LCD) 창에 운동량이 기록되는 센서장착 운동화다.

대선 주자들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상대방을 헐뜯기보다 다른 데 빠져 있는 국민의 마음을 끌어낼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정치판에서의 R&D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현안해결 능력과 리더십ㆍ도덕성은 필수다. 어제와 오늘만 갖고선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 시대정신의 바탕 위에 내일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추석이 4주 남았다. 추석 민심을 잡을 대선 주자는 누구일까? 열쇠는 R&D 정신이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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