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빅데이터란 무엇일까. 일단 빅데이터는 양이 많다. 대체로 테라바이트(TB)부터 페타바이트(PB), 엑사바이트(EB)정도의 용량이다. 알기 쉽게 기가바이트(GB)로 환산하면, 1TB는 1024GB다. 1PB는 약 100만 GB로 어지간한 DVD 영화 17만여편이 저장된다. 여기다 EB는 1024PB니 어느 정도 용량인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워낙 데이터 양이 많아지면서 이 정도 용량은 우습다. 월마트가 갖고 있는 데이터만 2500테라바이트를 넘어섰다.
'산사태'를 대체 어떻게 경영에 접목시키냐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라고 정의내린다. 그만큼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활용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정보에 불과하지만, 제대로 된 가공과 분석이 뒤따른다면 가치는 치솟는다. 책은 다양한 사례를 예시하며 빅데이터가 기업경영에 가져오는 변화를 증명해보인다. 일단 빅데이터는 생산성 향상을 보장한다. 전세계 최대 물류업체인 UPS는 지난 20년간 배송 차량에 센서를 달아 차량 속도와 브레이크 이용, 엔진 성능 등을 모니터링해왔다. 시동을 건 횟수부터 오일 압력 등 200개 이상의 지표 정보가 GPS를 통해 쌓인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배송 경로나 운전 습관을 파악해 운전자의 근무를 최적화할 수 있다. 공회전 시간을 줄여 연료를 절감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금껏 기업이 놓치고 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도 빅데이터다. SNS를 분석해 사람들의 감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카콜라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발생하는 자사 관련 데이터를 12개 언어로 수집해 관리한다. 이를 통해 코카콜라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정보가 늘어난 국가나 지역을 대상으로 홍보를 실시한다. 고객의 취향을 분석하고 맞춤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물론이다. 구글 수석 경제학자안 할 배리언이 "데이터를 이해하고 처리하며 가치를 뽑아내는 능력이야말로 향후 10년간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에서 빅데이터 시대는 요원하다. 올해 초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경영자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데이터를 경영 실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4%에 불과했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활용하기까지의 선순환 구조도 제대로 자리잡지 않았다. 예민한 한국 소비자들이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 등으로 엄청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도 고객의 소셜미디어 활동이나 자사 웹사이트 이용 기록 등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윗사람 구미에 맞춘 데이터만을 뽑아낼 뿐 발전적인 토의와 자세한 분석은 병행되지 않는다. 책은 마지막 장에 'CEO가 적극적 후원자가 되어 빅데이터 문화를 구축할 것', '정보 관리를 실현하고 적절한 사람을 확보·배치할 것'등 빅데이터를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를 준다. 빅데이터 시대에 대한 개괄과 함께 경영 혁신 방법을 고르게 담고 있는 책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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