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짜렐라·스트링·크림...치즈 3형제 뭉쳤네
#상사한테 잔뜩 깨져서 뭐라도 입에 한 가득 물고 '씹어줘야' 직성이 풀릴 것 같은 날, 그런 와중에도 껌이나 오징어 씹으면 사각턱 될까봐 걱정하는 센스쟁이 오빠를 위해.
#1년 365일 중 자유로운 몸이 되지 못하는 그날, 진한 화이트크림파스타의 느끼함과 생초콜릿이 왕창 들어간 핫초코의 달달함으로도 짜증에 걸린 마법에서 못 벗어나는 언니를 위해.
"피자는 역시 아낌없이 뿌려진 치즈가 생명! 승기야, 치즈 더 뿌려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이승기가 날 유혹했다. 넘어갔다. 눈웃음을 살랑살랑 치며 피자 먹으러 오란다. "그래, 누나가 갈게. 기다리렴~." 신발 신고 막 나서려는데 한번 더 쐐기를 박는다. 사람 키 만한 대패를 갖고 오더니 바위만 한 치즈덩어리를 쓱쓱 밀어 피자에 듬뿍듬뿍 뿌려대고 있다. 아낌없이 준단다. "그래그래! 누나 간다, 가~!" 군침이 돈다. 승기야, 누나 식성이 얼마나 대단한 줄 알고 함부로 유혹하는 거니…. 다이어트고 뭐고 일단 벨트를 허리 바깥선 쪽으로 고쳐 맸다. "자, 먹어볼까?"
한국피자헛이 연속 밀리언셀러를 달성한 더스페셜(2010년), 크런치골드(2011년) 이후 일 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 '치즈킹'. 출시 2주만에 10만판 이상 판매된 메뉴로 치즈가 기존 피자의 두 배 들어있어 풍성한 치즈맛을 즐기는 피자 마니아들이라면 한번쯤 먹어볼 만하다.
고소한 냄새로 후각을 먼저 달래주고 본격적으로 피자 하나를 집었다. 피자는 손으로 들고 먹는 게 제 맛. 추잡하다고 욕하지 마시라. 이런 분들이 집에서는 세숫대야 냉면에 얼굴 넣고 먹더라.
한입 베니 진한 치즈 맛이 입 안 가득 난다. 와인에 숙성시킨 비프에 치즈가 뒤엉켜 고기 씹는 맛도 나고 치즈 씹는 맛도 난다. 치즈가 많다보니 계속 씹어준다. 얄미운 김 과장 욕하면서 씹고, 시집 잘 간 지숙이 샘나서 씹는다. 씹다보니 이 아삭한 맛은 뭐지? 껍질째 먹는 그린빈스다. 아삭한 식감을 더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맛을 고급스럽게 끌어올렸다.
치즈킹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은 도우의 엣지 부분. "살찌니까 도우 끝은 안 먹을래"라고 말한다면 섭섭하다. 치즈킹은 피자헛의 다양한 도우와 어우러져 깊고 진한 피자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풍성한 치즈와 프리미엄 토핑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종류는 크런치 골드, 치즈 크러스트, 리치 골드, 치즈 바이트 등 4종류가 있지만 특히 추천해주고 싶은 것은 크런치 골드다. 도우 가장자리에 감자칩과 체다치즈를 얹어 빵 끝까지 바삭하게 즐길 수 있다. 마냥 부드럽기만 한 치즈와 바삭한 도우가 은근히 묘한 식감을 자랑한다.
나중에 정말 배가 부르다면 크런치골드 엣지만 따로 잘라내서 나중에 집에서 맥주 한 캔 마실 때 안주 삼아 먹어도 좋겠다.
배부르다면서 어느새 3조각을 먹어치웠다. 문제는 치즈킹의 진한 맛을 더하겠다며 치즈퐁듀를 시켜 퐁당퐁당 찍어먹었다는 점. 집에 갈 때 쯤 김치 생각이 사무친다.
피클로는 대신할 수 없는 진한 느끼함 …. 콜라로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 이건 치즈킹을 선택한 당신이 감수해야할 부분이다. 피자에 각종 해산물, 열대과일, 바비큐 심지어 김치까지 얹은 '한국형 피자'가 지겨워졌다면 풍부한 치즈맛을 담뿍 느껴보는 건 어떨까. 오늘 다이어트도 도로묵됐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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