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양명문의 '명태'(변훈 작곡, 오현명 노래)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검푸른 바다 바다 밑에서 줄지어 떼지어 찬물을 호흡하고 길이나 대구리가 클 대로 컸을 때 내 사랑하는 짝들과 노상 꼬리치고 춤추며 밀려 다니다가 …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 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며 내 몸은 없어질 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있으리라

■ 저인망 그물에 동해의 명태가 자취를 감췄다는 뉴스 때문일까, 며칠째 이 물고기의 이름이 내 입 속으로 헤엄쳐 다닌다. 명태는 말리면 북어이고 반쯤 말리면 코다리, 얼리고 녹여 말린 새끼 밴 놈은 황태, 아예 얼리면 동태, 새끼는 노가리로 이름도 많다. 오현명의 가곡 '명태'를 처음 들은 귀의 충격을 생각한다.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호쾌한 명태의 익살과 자조(自嘲). 짜악 짝 파열음과 껄껄 가수의 웃음이, 불 속으로 뛰어든 짜라투스트라처럼 초월적 비감을 자아냈다. 명태는 이름도 희한한데, 고기로선 희귀 항렬인 태(太)자 가문을 장악하여, 생태, 동태, 황태까지 다 뀄다. 오래 사는 친구는 32세까지 산단다. 세상에, 그 햇수 동안 바다를 누볐으니 얼마나 똑똑해졌겠는가. 밝고 크구나 물고기여. 고맙다, 네 비릿한 기운에 술 생각나는 날.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