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이빈섬의 '통발을 던지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안개로 기울어지는 뱃머리,/이마 들이민 벼랑/낚시꾼 불빛이 깜박인다/예순 줄을 잡은 삶은 팽팽하다/너는 조금 더 자라서/오너라, 어린 고기를 놓아주며/하느님처럼 그녀는 말했다/힘껏 몸부림치기는 하나/살오른 젊은 장어도, 혹은 늙은 놀래미도/후회하지는 않는다 도마 위에 놓인 삶이란/영원을 향한 품평(品評)이다/빛나는 비늘 위에 번들거리는 한 철 바다/빛난다 쉰 개의 통발을 던지는 일//사내의 카우보이 모자 아래/다비드 뺨을 흘깃 보며/빛을 나꿔채는 그녀의 삶 절반은/출렁이는 한 나절이었다/물밑에 잠긴 시간을/건진다는 것 감히 알지도 못하는/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날좋은 칼로 발라낸 힘좋은 시절을/초장도 없이 삼키는 푸른 바다의/새벽 식욕

■ 소안도 사내 고씨는 열일곱에 대처에 나가 서울 동대문에서 삼십년 가방공장을 했다. IMF때 수초 떼처럼 쌓인 가방을 어찌하지 못해 숨어 내려왔다. 알던 얼굴들은 많이 사라지고 자신을 돈없이 내려온 자라고 경계하는 이웃들 사이에서, 뿌리를 벋었다. 소안도 섬은 두 개의 알이 모래띠로 서로 붙은 곳이다. 둘이 붙었기에 없는 부부도 오뚝이처럼 구를 수 있는 곳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