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 중에서
■ 오랜 동안 조기는 서해였고 명태는 동해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사람들마다 한평생 입 속으로 헤엄쳐들어간 평균 숫자는 몇 마리쯤 될까. 1백 마리는 지져먹고 졸여먹지 않았을까. 명태 1백 마리 지나가는 동안, 인생에 치는 물보라가 왜 없겠으며 가라앉는 기억의 앙금 또한 어찌 없겠는가. 시인은 아버지와 먹던 명태의 기억이 어느덧 아버지 전부가 되어 먹먹한 시간의 살을 씹는 중이다. 명태 알이나 난소는 곤(鯤)이라고 하는데, 이건 장자에서 북해의 명(溟)이라는 곳에 사는 몇 천리나 되는 사이즈의 물고기다. 그러던 명태가 언제 졸짱붕알로 쪼그라 들었는지 모르지만, '애'(간) 주고 '이리'(수컷의 정소) 주고 다 내놓으니 그 육보시 정신만은 통째 하염엾는 바다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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