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 저詩]문태준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졸짱붕알을 달고 명태들 먼 샛바다 밖으로 휘파람 불며 빠져나간다 덕장 밑 잔설에 새파란 나생이 솟아나올 때 바람 불면 아들이랑 하늘 쳐다보며 황태 두 코다리 잡아당겨 망치로 머리 허리 꼬리 퍽퍽 두드려 울타리 밑에 짚불 놓아 연기 피우며 두 마리 불에 구워 먹던 2월 어느 날 … 엊그제 속초 설 쇠고 오다 미시령 삼거리서 사온 누렁이 두 마리 두드려 혼자 뜯어 먹자니, 내 나이보다 아래가 되신 선친이 불현듯 생각나

문태준 '명태여, 이 시만 남았다' 중에서

■ 오랜 동안 조기는 서해였고 명태는 동해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사람들마다 한평생 입 속으로 헤엄쳐들어간 평균 숫자는 몇 마리쯤 될까. 1백 마리는 지져먹고 졸여먹지 않았을까. 명태 1백 마리 지나가는 동안, 인생에 치는 물보라가 왜 없겠으며 가라앉는 기억의 앙금 또한 어찌 없겠는가. 시인은 아버지와 먹던 명태의 기억이 어느덧 아버지 전부가 되어 먹먹한 시간의 살을 씹는 중이다. 명태 알이나 난소는 곤(鯤)이라고 하는데, 이건 장자에서 북해의 명(溟)이라는 곳에 사는 몇 천리나 되는 사이즈의 물고기다. 그러던 명태가 언제 졸짱붕알로 쪼그라 들었는지 모르지만, '애'(간) 주고 '이리'(수컷의 정소) 주고 다 내놓으니 그 육보시 정신만은 통째 하염엾는 바다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뉴진스의 창조주' 민희진 대표는 누구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