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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기관 규제 따랐더니 공정위는 "담합"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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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과징금 불복소송 반복 이유는 <상>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전부패소'.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낸 기업들의 초라한 전적이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정위의 3년 승소율은 평균 82%에 이른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공정위의 담합 제재가 나올 때마다 불복 소송을 낸다. 기업들이 지는 싸움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송을 부르는 공정위의 담합 제재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다. 정부 부처 한쪽에서는 업체들을 규제하고, 공정위는 그 결과를 담합으로 판정한다는 것이다. <편집자 주>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제재에 불복하는 소송이 또다시 시작됐다. 판을 벌인 건 농심이다. 공정위의 라면 값 담합 제재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지난 13일 서울고등법원에 과징금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언뜻 보기엔 단순한 '라면전쟁 2라운드' 같지만, 반복되는 '담합 제재-불복 소송'의 문제점을 환기해 그 결과에 관심이 높다. 금융과 정유 등 대표적인 규제업종의 담합 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쟁점이 된 건 3월에 나온 공정위의 심결 내용이다. 공정위는 사실상 시장 전체를 나눠갖고 있는 라면 제조·판매사 네 곳이 2001년 5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0년에 걸쳐 여섯 차례나 가격을 담합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으로 농심과 삼양식품·오뚜기·한국 야쿠르트에 시정명령을 내렸고 모두 1354억원의 과징금도 물렸다. 과징금 총액의 80%에 이르는 1077억6500만원은 농심 몫이다.

공정위는 특히 시장의 70%를 갖고 있는 1위 업체 농심의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경쟁사가 덩달아 값을 올릴 줄 알면서도 가격 인상안을 흘려 다같이 값을 올리도록 유도했다고 지적한다. 농심이 가격 인상안을 만들어 경쟁사에 메일로 뿌리면 다른 회사들이 순차적으로 값을 올렸고 경쟁사끼리도 서로 가격 정보를 교환했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걸 '신종 정보공유 담합'이라고 정의했다. 종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의 담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농심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과징금 규모를 떠나 담합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선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등 다수의 히트 상품을 내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가 경쟁력이 약한 타사와 힘께 가격을 담합할 이유가 없다"면서 취소 소송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정부의 가격 통제 구조를 고려해도 라면은 값을 담합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바구니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라면의 특성상 값을 올리려면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근거 없이는 가격을 올릴 수가 없다"고 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한 가격을 두고 공정위가 담합이라 말하는 건 억울하다는 주장이다.

농심은 공정위가 지적한 정보공유 역시 담합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농심 측은 "공정위가 언급한 정보는 시장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던 내용"이라면서 "정보를 취합하는 건 건전한 경영활동의 일환이며 타사와 메일을 주고 받은 것 역시 업무 편의를 돕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농심의 항변에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담합한 회사들이 '담합을 했다' 인정하는 일은 본 적이 없다"면서 "이번 사건은 농심이 라면 값을 올리기로 한 다음 이 정보를 알리면 타사가 뒤따라 가격을 올린 담합 사건"이라고 못박았다.

조 과장은 또 "기업들이 담합 적발 뒤 공정위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내는 건 후속조치를 해야 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고, 주주들에게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을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철저한 조사와 치열한 법리공방 끝에 1심 판결의 효력을 갖는 공정위 심결이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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