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아파요"
경기 뒤 박주영이 내뱉은 유일한 한마디였다. 더 길게 말할 수도 없었다. 턱에 입은 자상으로 세 바늘을 꿰맸다. 무릎에도 붕대를 감았다. 치열했던 승부가 남긴 생채기였다. 하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멕시코와의 1차전 부진을 떨쳐낸 맹활약 덕이었다.
불과 사흘 전 박주영은 실망만을 안겼다. 멕시코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활약은 미미했다. 병역 논란 등 우여곡절 끝에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합류한 까닭인지 심리적 부담이 커보였다. 결국 홍명보 감독도 후반 30분 그를 교체시켰다. 공격수가 침묵하자 유리했던 경기도 0-0 무승부로 끝났다. 패배의 멍에는 온전히 그의 몫이었고, 비난은 곱절이 되어 돌아왔다.
그런 의미에서 스위스전 골은 '속죄포'였다. 압박감을 털어낸 것은 물론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선물했다. 후반 15분 동점골을 허용한 뒤 불과 4분 만에 김보경이 결승골을 터뜨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2-1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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