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그로스 비관적 전망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20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를 통해 “미국 경제가 잠재 성장률 이상의 지속적 회복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틀렸다”고 단언하면서 “민간부문의 과도한 부채가 공공부문으로 전이되는 등 재정수지 악화로 미국 경제는 향후 몇 년 동안 추세를 밑돈 저조한 성장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관론자들은 “문제는 경기침체가 과연 올 것이냐가 아니라 언제 오느냐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 주요 거시경제지표는 확연한 퇴조를 나타내면서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미국공급관리협회(ISM) 6월 제조업지수는 49.7로 2009년 7월 이후 3년만에 경기위축 판단기준인 50선 아래로 떨어졌고 6월 소매판매 지표도 석 달 연속 하락했다.
락슈만 아쿠산 이코노믹사이클연구소 설립자는 “이미 미국 경제는 침체에 들어섰다”며 극단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경제가 2009년 이후 지속적인 성장추세를 보였지만, 지난 4월 워싱턴포스트(WP)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76%의 미국인들이 “지금은 경기침체 국면”이라고 답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추면서 미국 성장률도 애초 예상보다 0.1% 낮은 2.0%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비관론자들의 전망은 이보다도 낮다. 루비니는 연말에 닥칠 ‘재정절벽(정부재정지출 급감)’의 여파에 따라 1.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완전히 비관할 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들의 근거는 주택시장에서의 확연한 회복과 점진적인 임금상승추세다. 신규주택 착공과 판매가 계속 시장 전망치를 웃돌고 있고, 17일 발표된 주택시장 지수도 2007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의회 출석 발언에서 “낮은 모기지금리에 힘입어 주택시장이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편 최근 1년간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시간당 수입은 평균 2%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올해 초만큼의 낙관적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섣부른 비관도 이르다는 목소리 역시 나오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의회 발언에서 “의회가 ‘재정절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경기침체는 피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줄리아 코로나도 BNP파리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당장은 확실히 어느 쪽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많지 않다”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만에 하나 경기 재침체가 닥친다고 해도 충격은 크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