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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뛴 50년·뛸 50년]1986년 美상륙한 현대차 포니엑셀이 미국 뒤흔들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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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현대차의 포니엑셀이 미국에 수출되는 모습

▲1986년 현대차의 포니엑셀이 미국에 수출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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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1980년대는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기를 맞은 시기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는 1965년 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로 처음 도입됐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국내 조립ㆍ생산에 머물러 있던 반도체산업은 1983년 삼성전자에 이어 금성사와 현대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고도성장의 돛을 올렸다.
이들 업체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메모리 분야의 자체 개발과 초기 양산단계를 구축하면서 급격히 생산규모를 늘려 나갔다. 이에 힘입어 국내 반도체산업은 1990년대 들어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마침내 10년 이상 세계시장을 선점해 온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세계시장을 이끌어가게 된다.

컬러 TV를 비롯해 VTR과 컴퓨터 등 가정용 전자제품의 수출도 괄목할 만큼 증가했다. 1978년에 전자업체 최초로 1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한 금성사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등은 1980년대 들어 가전제품 수출을 크게 늘려 나갔다.

금성사는 1982년 10월 미국에 단독 투자로 첫 TV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섰다. 1983년에는 미국이 한국산 컬러 TV를 덤핑 혐의로 제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1980년대 중ㆍ후반에는 저금리ㆍ저환율ㆍ저유가의 '3저 효과'와 함께 중남미 등 활발한 시장개척에 힘입어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 중화학공업 분야에서 전자ㆍ전기제품이 가장 높은 수출 비중을 차지했다.
조선산업은 1970년대 2차에 걸친 오일쇼크로 해상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1980년 초반 불황을 맞았다. 그러다 1980년대 중반에 해운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대형 조선소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한국의 조선산업은 선두를 차지하고 있던 일본과의 격차를 크게 줄여 수출증대에 기여했다.

자동차산업은 현대자동차가 1986년 1월 포니엑셀(수출명 엑셀)을 처음 미국에 수출하면서 물꼬를 텄다. 엑셀은 미국 진출 첫해에 16만대를 팔아 미국 포춘지의 '베스트 10' 상품으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잦은 고장과 부실한 사후관리(애프터서비스)로 엑셀 신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1987년에는 현대차의 베스트셀러인 소나타 출시를 계기로 중형차 3파전(현대 소나타, 대우 로열프린스, 기아 콩코드)이 전개되면서 1980년대 후반부터 수출도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철강산업 또한 1980년대 들어 설비 확장 속에 생산량이 급증해 국가 산업발전과 수출증대에 지대한 역할을 했다. 철강은 산업 간 연관 효과가 커 각국이 기간산업으로 보호ㆍ육성한다. 막대한 설비투자가 소요되는 자본집약적 장치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철강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국가경제 발전을 견인하는 대표적인 동력산업으로 키웠다. 1981년 2월 포항종합제철 제4기 설비확장 준공과 1987년 5월 광양제철소 1기(연산 270만t) 준공 등에 힘입어 철강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목으로 자리잡았다.

석유화학산업 역시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에 따라 1980년대에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자 수출품목으로 입지를 굳혔다. 1980년대 들어 울산 및 여천 석유화학단지를 중심으로 수요ㆍ수출 증대에 따라 나프타 분해공장의 확장과 계열공장의 지속적인 준공을 통해 본격적인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석유화학의 원료인 유분(溜分)의 원활한 공급 대책을 마련하고 유분가격 및 공장운영 등에 혜택을 줘 에너지 정책의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수출시장 개척도 적극 지원했다.

이처럼 1980년대부터 주력 수출상품으로 자리를 잡게 된 전자ㆍ전기ㆍ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ㆍ철강ㆍ석유화학 등의 분야는 수많은 성공신화 속에 세계시장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해 나갔다. 이들 품목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오늘날 우리나라의 수출을 견인하고 무역 1조달러 시대를 여는 지렛대이자 버팀목으로 성장하게 된다.

1970년대부터 정부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 집중 육성한 중화학공업 분야가 1980년대 들어 빛을 발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었지만 그 이면에는 성장불균형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었다. 1960~1970년대 수출주도형 공업화 과정은 한국경제를 고도성장으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이로 인한 산업ㆍ지역ㆍ계층 간의 불균형 심화와 높은 인플레이션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약화시키고 대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엇보다 1980년대 들어 원유가의 급등과 원자재의 수급 불균형으로 성장이 둔화되는 등 경제여건이 급변함에 따라 그동안 유지해 온 경제정책에 궤도 수정이 불가피했다.

이런 인식 아래 정부는 1982년부터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키우고 체질을 바꾸기 위한 새로운 시책을 폈다. 우선 고도성장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부문의 발전기반을 확충ㆍ강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ㆍ육성에 관한 의무를 헌법(제124조 제2항)에 규정하는 한편 1982년 4월 '중소기업진흥 장기계획(1981~1991)'을 수립했다. 또한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중소기업 기본법 등 5개 중소기업 육성 법률을 같은 해 12월31일 전면 개정ㆍ보완했다.

나아가 정부는 성장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집중 지원하는 '유망 중소기업 발굴ㆍ지원제도'를 강구했다. 정부 차원에서 이처럼 중소기업 지원에 목청을 높인 것은 그만큼 한국의 경제구조가 심각한 불균형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반증이었다. 1982년 한국의 수출구조를 보면 총 수출 216억달러 중 48.7%에 해당하는 105억달러가 10개 종합무역상사의 실적이었다. 특히 총 수출업체 약 3800개 중 3739개가 500만 달러미만의 중소기업이었고 이들이 수출한 총액은 33억7000달러로 전체 수출의 15.6%에 불과했다. 때문에 경제의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1980년대에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육성이 시급했다.

이때부터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었다. 1960~1970년대 수출진흥 확대회의처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해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제반 사항을 논의ㆍ검토했다. 유관기관들은 중소기업 지원을 각각 최우선 정책사업으로 정해 지원 사례 및 실적을 보고했다. 금융기관들도 연간 총 대출의 30~40%를 중소기업 대출용으로 책정ㆍ지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사회 분위기마저 바꿔 놓았다. 그동안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일선 교통경찰까지 중소기업 사장이라고 하면 웬만한 교통위반 정도는 눈감아 줄 정도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던 것이다.

<도움말: 코트라>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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