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정계곡에서 물고기 잡고 허브향에 취하고 캠핑매력에 빠지고~3색 즐거움
우리나라에는 천연바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산줄기마다 수려한 계곡들이 실핏줄처럼 뻗어있고 톡 건드리기만 해도 손에 초록물이 묻어 날 듯 한 숲도 천지다.
강원도 평창은 산 좋고 물 좋은 계곡을 간직하고 있어 바람맞는(?)여행지로 매력적이다. 금당계곡, 노동계곡, 장전계곡, 원당계곡 등 이름만 불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계곡들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말, 평창의 많은 계곡 중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흥정계곡을 찾았다. 회령봉(1,309㎙) 서쪽 기슭에서 발원하는 평창강의 최상류다.
영동고속도로 면온IC에서 나와 흥정계곡을 찾아가는 길. 무더운 날씨에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열기를 더해 계곡도 보기 전에 녹초가 될 지경이다. 계곡 초입, 엠티를 온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계곡물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에라 모르겠다.' (풍덩) 카메라를 자동차에 쑤셔 넣고 계곡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짜릿하다. 밖의 열기와는 달리 계곡물은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갑다. 채 5분여를 담그지 못하고 물 밖으로 나왔다.
계곡을 따라 상류를 향했다. 계곡 곳곳에 작은 연못과 여울이 어우러지고 오랜 시간 암벽 사이로 물이 흘러 암벽을 깎아내며 만들어진 물길 등이 색다른 볼거리를 연출한다.
흥정계곡에는 십 여년 전까지만 해도 귀틀집도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계곡변 도로에 펜션들이 빈틈없이 도열해 있다. 1급수 청정계곡의 풍모는 조금씩 퇴색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상쾌한 물소리는 여전하다.
흥정계곡은 가파르다가 넓어지기를 반복하며 10여㎞를 흘러 봉평읍내를 지나 유포리~개수리~하안미리에 이르는 17㎞ 구간의 금당계곡을 이룬다.
계곡 상류에는 허브나라농원이 있다. 우거진 숲길을 지나 농원에 들자 코를 자극하는 허브향이 진동한다. 1995년 문을 연 농원은 100종이 넘는 허브가 향기와 빛깔을 뽐내고 있다.
락 가든, 코티지 가든, 셰익스피어 가든, 새초롱 마을 등 이름만 들어도 설레이는 꽃밭을 걸으며 허브를 보는 즐거움이 한가득이다. 먹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식용 허브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레스토랑은 온통 허브향기로 특별한 맛을 제공하는 쉼터로 손색이 없다.
허브에 취했다면 메밀의 향기에 취해볼 차례. 아직 메밀꽃이 필 시기는 아니지만 봉평면은 이효석의 고장이다.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1936년 '조광' 10월호에 발표된 이후부터 이효석과 봉평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으로 기억된 것. 아예 이효석의 삶과 문학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이효석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전시관에서는 그의 작품이 실렸던 신문, 친필 원고, 발행된 책 등과 옛 봉평장터와 메밀가공과정, 메밀음식 등을 볼 수 있다.
흥정계곡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또 있다. 아트인아일랜드 캠핑장다. 계곡이 만든 약 20,000m²규모의 작은 섬으로 보랏빛 붓꽃이 많이 피어 붓꽃섬으로도 불린다.
섬에 들어서자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섬 가장자리로 흐르는 계곡수가 짙은 숲과 만나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낸다.
이 숲은 지금 주인의 아버지, 할아버지때 심은 아름드리 잣나무와 낙엽송으로 캠핑장을 천연의 바람이 불어대는 별천지로 만들어준다.
평창=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가다 면옥IC를 나와 봉평면 이효석 기념관을 지나 허브나라농원 방향으로 흥정계곡이 이어진다.
△먹거리=메밀의 고장답게 메밀음식을 맛나게 하는 집들이 많다. 그중 고향막국수(033-336-1211)와 풀내음(033-336-0037) 등이 맛깔스럽게 한다. 곤드레나물밥은 가벼슬(033-336-0609), 메밀싹비빔밥은 늘봄먹거리(033-336-2525)식당이 알려져 있다.
△볼거리=평창의 볼거리는 넘쳐난다. 유명한 대관령 양떼목장을 비롯해 삼양목장, 전나무숲길이 아름다운 월정사, 웰컴투 동막골 촬영장, 휘닉스파크, 용평리조트 등이 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미탄면 동강에서 즐기는 레프팅을 비롯해 패러글라이딩, 백룡동굴 탐험 등도 평창에서 여름을 즐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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