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추이는 비슷하지만 과도한 집값상승은 아니다" 진단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미국에 이어 스페인까지 부동산 거품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우리 부동산시장의 거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거품이 아니라는 평가를 내린다. 또 집값은 하향화 추세여서 가계부채 조절을 위한 정부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거품 스페인, 한국도 만만치 않아= 스페인 경제 위기는 부동산 거품에서 시작했다. 유로화 도입으로 은행금리가 14%에서 4%대로 급락하고 북유럽 은퇴자 등이 지중해 해안도시 주택을 매입하며 집값이 1998년부터 2006년까지 150%나 폭등했다. 스페인 정부는 집값 상승으로 세수가 늘자 이를 방치했다.
한국의 집값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전국의 아파트값은 1998년 11월부터 지난 5월까지 146.3% 올랐다. 서울 강남11개구의 상승률은 1998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249.4%나 된다. 2011년 3분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스페인보다 더 높은 154.9%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했다. 각종 부동산규제가 풀리면서 서울 아파트값은 2009년 말 최고점을 형성했다가 다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후 수준으로 내렸다. 2008년 7월과 2010년 3월 대비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4%대의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지난달 강남3구 재건축 아파트값은 2009년 말 고점 대비 10.8%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는 데도 동의하지 않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GDP대비 가격이 3배가 넘으면 거품이라 보고 국내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나 지방은 수도권 집값의 3분의 1 정도라 그렇지 않다"면서 "강남이나 특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높은 지역에서 불경기로 인해 조정을 받는 것이지 거품이 낀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도 "거품은 가격이 급락해야 하는 것이고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이라며 "국내 집값이 스페인처럼 과하게 올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봤다.
◆가격 하향화 추세, 금융위기 막으려면 수요중심 정책 내놔야= 부동산 거래 침체에 가격 하향화 추세라는 점은 모두 인정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현재는 가격조정의 시기로 2~3년간 시장 조정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2014~2015년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는 시기와 맞물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파는 사람들이 늘면 집값이 바닥에 다다르지 않을까 본다"고 예측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도 "2~3년간 수도권은 집값이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비수도권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양극화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 상태가 지속되면 가계뿐 아니라 금융권까지 위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우스푸어가 내놓은 급매물을 시장가격으로 오해해 주택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 보고 주택거래를 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가계부채를 견디지 못한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주택 물량을 쏟아낸다는 것이다. 집값 폭락과 금융위기를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미국이나 스페인 정도까지는 아닐지라도 금융위기로 번질 우려가 있다"면서 "유럽 금융위기, 각종 주택거래 규제 완화에 국회가 동의할지 여부, 대선 공약 등 주택시장에 미칠 변수들을 고려해 정부가 수요측면에서 세심한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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