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게타카 (2009)
외국계 투자기업 '블루월'은 껍데기만 남은 아카마에 주목한다. 우호적인 자금을 자처하며, 신흥국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지원, 국내 고용 유지, 현 경영진 유지라는 조건도 내건다. 아카마를 갖기 위해 그들은 주당 1300엔의 주식공개매수를 시작한다.
곧이어 블루월이 다시 주당 가격을 1600엔으로 끌어올리고, 와이즈펀드와 치열한 가격 경쟁에 들어간다. 치솟던 가격은 결국 블루월이 주당 2200엔을 선언하면서 일단락 된다.
무명의 투자회사 블루월은 아카다의 지분을 71%까지 확보한다. 블루월이 모든 일처리를 맡았지만, 그 뒤에는 중국의 국부펀드 CLIC가 있었다. 중국에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는 국가적 야망이 일본 자동차 회사 매수라는 빠르고, 간편한 방법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영화 제목인 '하게타카'는 우리말로 '콘돌'이다. 병든 동물, 썩은 사체를 먹고 사는 콘돌은 부실기업을 헐값에 인수해 다시 높은 값으로 팔아 이익을 챙기는 펀드를 의미하기도 한다.
특히 고유의 기술력을 갖고 있거나, 독점에 가까운 사업을 하고 있지만 우호적인 지분이 적은 기업이 '하게타카'의 먹잇감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사건들이 있었다. 2006년 외국계 헤지펀드인 칼아이칸이 KT&G에 주식공개매수를 선언했다. 이 때 국내은행 등이 백기사를 자처해 큰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적대적 M&A를 막기위해 '황금주(golden share)를 만들어 이용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보통주의 보유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황금주는 극단적으로 단 1주만 갖고 있어도 적대적 M&A,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주주의 이익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