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EU, 경기 부양 모드로 전환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및 스페인·이탈리아로 위기 확산, 미국 경제 회복 둔화, 중국 경제의 경착륙 등 세계 경제에 퍼펙트스톰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전 세계적인 경기 부양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퍼펙트스톰은 위력적이지 않은 둘 이상의 태풍이 충돌해 그 파괴력이 폭발하는 현상으로, 경제에서는 경제대국들의 동시다발적으로 위기가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퍼펙트스톰의 삼각파고에 맞서 세계 주요 경제 대국들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4년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으며, 유럽 역시도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됐다”며 적극 대응을 시사했고, 미국 역시도 경기 부양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中 4년만에 기준금리 인하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8일부터 금융권 기준금리인 1년 만기 예금과 대출 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 경제 악화로 인해 수출 길이 막혀버리면서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져감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제기 되면서 나온 조치다.
그동안 중국 경제의 위기 상황은 여러 단계로 확인되어 왔다.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는 8.1%를 기록, 3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HSBC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월에 48.4를 기록했다. 7개월 연속으로 제조업 경기기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생활 지표로도 중국 경제의 위기는 그대로 드러난다. 중국 5대 제철소의 철강 재고량은 지난 1월 이래 39% 늘었으며, 이들 제철소는 1·4분기 중 10억위안 이상의 손실을 봤다. 중국의 휴대전화 판매량도 정보기술(IT) 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터에 따르면 1년 전보다 13% 정도 줄었다. 1~4월 자동차 판매마저도 1.3% 감소하는 등 중국 내수 시장은 급속히 얼어붙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 인하 및 투자 확대, 소비지원 장려 등의 대책들을 내놓으면서 경기부양에 나서왔다. 하지만 유럽발 경제 위기 및 중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중국 정부가 금리인하라는 카드를 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美 추가 부양 카드 꺼내놔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7일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감축 전망으로 미 경제가 위험 상태에 있다"며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3차 양적완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19~20일로 예정된 정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3차 양적완화 등 경기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재닛 옐련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도 6일 보스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일자리 성장세 둔화되고 금융 환경이 악화되는 점 등을 들어 미국 경제가 어려움에 놓일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며 추가적인 경기 부양책의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추가적인 부양책이 제기되는 데에는 유럽 재정 위기가 심상치 않은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의 비농업부분 일자리가 6만9000개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15만개 증가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를 큰 폭으로 하회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투자은행 JP모건 체이스의 북미 경제학자 마이클 페놀리는 최근 "미국 경제가 '멘도사 라인' 밑으로 미끄러지고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멘도사 라인이란 야구 용어로 타율이 2할(0.2)도 안 되는 타자를 지칭하는 단어로 경제 등에서는 도저히 넘어서는 안 되는 마의 선을 상징한다. 미국 실업률 8% 이하로 좀처럼 내려오지 못함에 따라 미국 경제의 회복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국의 경기 부양책은 FOMC 회의 뒤 알 수 있지만 추가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유럽 “필요시 나서겠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6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경제성장세가 매우 취약하며 경기하방압력이 커졌다”고 현상태를 분석했다. 그는 "ECB가 모든 방면에 걸쳐 면밀히 상황전개를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며 추가적인 경기 부양 가능성을 열어 놨다.
비록 ECB는 이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관망자세를 유지했지만 드라기 총재는 "고정금리 무제한 단기대출 프로그램을 필요한 만큼 계속 유지할 것이며 적어도 2013년 1월15일까지는 연장할 것" 이라고 밝혔다. 또한 3년만기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의 추가 시행 계획에 대해서는 일단 유보적인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LTRO가 신용붕괴같은 심각한 문제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해 상황 악화시 추가 부양에 나설 여지가 있음을 시사했다.
유럽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이라는 정치적 리스크 외에도 그리스의 위기국면이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5월 유로존 PMI는 46을 기록,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목을 끌었던 7일 스페인의 국채입찰에서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6.044%를 기록, 지난 4월 19일 발행당시 금리 5.743%에 비해 0.3%포인트 가량 높아지는 등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은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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