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호국·보훈 관련 주요 민간기록물 수집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사랑하는 아내에게. 당신이 보내준 제6번째의 글을 받았오. 언제나 한결같은 당신에 아름다운 마음씨에 그리움이 복 바치는 밤입니다. 가까운 거리에 있다면 달려가 뽀뽀하고 싶은 충동이 나를 엄습하는 군요", "전투부대는 이 시간에도 베트콩을 찾아서 산속을 헤매고 밤새도록 비행기가 왔다 갔다 하며 조명탄·포탄·총성이 울린다오."
1970년대 베트남전쟁 당시 맹호부대 소속 정영환 대위가 아내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정 대위는 긴박했던 베트남 전선에서도 아내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편지에 실어 보내고 있다. 편지에서 정 대위는 "한 방을 둘이서 사용하는데 옆에는 이제 한달만 있으면 한국에 귀국하는 본부중대부관인 황호신 중위가 테레비와 녹음기를 틀어주어 구경은 잘하고 있다오. 내 환경이 이렇게 좋고 보니 고국에서 고생하는 당신생각이 더 나는군요"라며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보였다.
베트남에서 받은 수당을 고국에 보내면서 정 대위는 "전세 3만5000원 등 (이 달에 사용할 돈이) 전부 11만원 정도 되는군요. 나는 이번 달에 여기서 1만530원 정도 썼어요. 다음부터는 좀 더 보내려 한다오"라며 전선에서도 가정사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현충일을 맞아 국가기록원이 호국·보훈 기록물 가운데 1970년대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맹호부대 소속 정영환(72·강원도 홍천군) 대위가 아내에게 보냈던 편지와 '유학성'이라는 이름의 군인이 6.25전쟁 당신 장인·장모에게 보낸 편지 등을 공개했다.
국가기록원은 민간기록물의 체계적 수집을 위해 2011년 '민간기록조사위원' 184명을 위촉해 민간기록물을 적극 발굴해 수집하고 있다. 송귀근 국가기록원장은 "현충일을 맞아 호국·보훈 관련 민간기록물을 적극 수집하는 계기로 삼아 나라사랑 정신을 후대에 기록으로 남기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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