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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속 주식talk20] 투자'상품'에 투자'성향'을 맞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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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명금(Life Without Principle), 홍콩, 2011

[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네, 완전히 이해했습니다"

50대 여성 고객이 투자상품을 설명하는 은행원에게 앵무새처럼 답한다. 이 고객이 "돈을 잃을 수도 있는거냐?", "수수료도 있었냐?"고 물을 때 마다 은행원은 녹음을 중단하고, 고객에게 투자금을 잃을 수도 있지만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안심시킨다.
결국 "네, 완전히 이해했습니다"만 반복하던 이 고객은 상품 설명이 다 끝난 후에도 커피나 차 어떤 걸 마시겠느냐는 직원의 질문에 입버릇처럼 "네, 완전히 이해했습니다"라고 말해 버린다.

영화 탈명금은 은행원, 조직폭력배,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세 명의 각기 다른 주인공이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세태를 묘사한다. 이 가운데 실적을 위해 이 방면에 무지한 여성고객에게 고위험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원은 언뜻 익숙한 장면으로 비춰진다.

100만홍콩달러(약 1억5000만원)을 3개월간 은행에 맡기고 100홍콩달러(약1만5000원)을 이자로 받은 여성 고객은 은행 상품은 이율이 너무 낮아 불만이다. 언제 금리가 오르겠냐고 묻지만 당장은 아닐 것이란 말에 실망한다.
주인공인 은행원은 이 고객에게 수익률이 높은 투자신탁 상품들이 있으니, 먼저 투자성향을 평가 받아보라고 권한다. 결과를 보고 적당한 상품을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주식, 선물, 통화상품 등 위험 투자는 전혀 경험이 없었던 이 여성 고객은 '낮은 위험' 등급을 받는다.

은행원이 추천해준 상품은 6개월 수익률이 2%인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하지만 이것도 너무 낮다는 고객. 은행원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기대수익률 7%짜리 펀드를 추천한다. 그제서야 여성 고객의 얼굴이 핀다. 고객은 더 높은 수익률을 주는 상품에 가입하겠다고 나선다.

은행원이 마지막으로 추천한 상품은 브릭스(BRICs)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이다. 기대수익률은 무려 10~20%다. 은행원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강조하지만 고객의 귀에는 '하이 리턴(높은 수익률)'이라는 단어 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제 가입절차를 마칠 때다. 실적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는 '고위험 상품'을 판 은행원은 만족스러운 '고수익 상품'을 산 고객에게 묻는 질문에 무조건 '네, 완전히 이해했습니다"라고 답하면 된다고 일러준다. 수수료, 손실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에서 고객은 불안하기도 하지만 가입을 끝내고 100만홍콩달러를 투자한다.

하지만 몇일 지나지 않아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부각되고 세계 시장이 일제히 폭락한다. 여성 고객이 맡긴 자산도 마이너스가 됐음은 물론이다.

투자신탁 상품에 투자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고객투자성향 분석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로 마련됐다. 상품을 선택하기 이전에 투자자가 어떤 수준의 수익을 원하는지 그 수준에 합당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높은 수익률을 원하면서 이에 대한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성향을 갖춘 투자자는 거의 없다. 20%이상 수익이 기대되는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면서 채권상품에 투자하는 것 만큼의 손실만 감당하겠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수익률 높은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자신의 손실 감당 수준을 끼워 맞추게 된다. '네, 완전히 이해했습니다'를 외치는 앵무새 고객이 되기 싫다면, 손에 쥘 돈보다 손에서 빠져나갈 돈을 먼저 계산해보는 현명함을 갖춰야 하겠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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