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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아파트, 투기에서 실수요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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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도처에서 아파트 입주를 둘러싸고 입주자와 건설사 간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입주를 단체로 거부하자는 입주자와 약속대로 입주를 해야 한다는 건설사가 맞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아파트만 한 채 분양받아 놓으면 하루가 다르게 집값이 뛰어 입주시점에는 몇 억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다. 그러던 것이 2006년부터 시작된 주택경기 침체로, 부푼 기대를 안고 분양받은 아파트가 가계의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1990년대 미국의 주요대학 경영대학원(MBA) 과정에선 '아시아인의 부동산의 특별한 의미'라는 사례 연구가 다뤄졌다. 그만큼 아시아인에게 부동산의 의미는 각별하다. 그중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부동산, 즉 주택에 갖는 관심과 민감도는 유별난 것 같다.

아파트는 우리나라 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실물자산이다. 2010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보유자산이 3억3000만원이며 이 중 주택이 2억5000만원으로 전체 자산의 75%를 차지했다. 같은 해 금융투자협회의 자료에도 한국인의 보유자산 중 실물자산,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79%(금융자산은 21%)로 일본 39.5%, 미국 33%에 비해 각각 2배와 2.5배 넘게 부동산 자산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 아파트에 관한 경기의 변화가 어찌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겠는가? 주택경기 변화는 비단 '개인의 재산가치 상승이냐 하락이냐' 하는 문제뿐 아니라 우리 가계의 소비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주택경기 호황기에는 한 해 동안 본인의 연봉에서 얻은 가처분소득보다 보유부동산 가치상승분이 더 컸다. 미실현 이익이지만 가치상승분만큼 부채 레버리지를 높여 소득으로 연결됐다. 덩달아 가계의 소비성향도 높아지고 모두가 '좀 먹고살 만하다'며 경제에 대한 체감지수가 좋다고 느끼게 됐다. 반대로 부동산 침체기에는 연봉은 그대로지만 부동산 가치 보합으로 부동산 가치 상승분이 없으니 호황기 대비 상대적으로 가계의 씀씀이가 줄어든다. 때문에 '먹고살기 힘들어졌다'고 부쩍 나빠진 체감 경기를 원망하기도 한다. 잔뜩 빚을 얻어 투자한 아파트 이자를 갚느라 생계마저 힘든 경우도 있다. 이른바 '하우스 푸어'다.

이렇게 주택경기에 온 국민이 일희일비하고 있으니 정치권이나 정부도 주택경기 관리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주택경기 관리 정책의 성패에 따라 정부의 인기도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 나아가서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의 성패를 판단하는 잣대로도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정부로서는 당연히 주택경기의 하락기에는 규제해제와 부양책을 써야 했고 반대로 호황기에는 규제와 억제책을 반복하는 냉온탕 정책을 보였다.

'정부가 관리해주는 부동산, 주택 경기'는 결국 일반 국민에게 '정부가 관리하니 부동산, 아파트 투자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부동산 불패, 아파트 불패 신화라는 잘못된 신념을 갖게도 했다. 온 국민이 아파트 투자와 투기에 나서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아파트 투자나 투기를 통해 큰돈을 벌던 시대는 간 듯하다. 시장에 전세가 사라지고 반월세나 월세가 증가하는 것은 옛날처럼 '아파트를 구입했다 매각하면 매각시점에 차익이 생긴다'는 미래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다는 시장참여자들의 예리한 판단에서 나온 게 아닌가.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주택보급률은 높지만 주택보유율은 여전히 낮다. 1~2인 가구의 증가로 소형 아파트 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이 무작정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나 투기가 아닌 철저히 실수요에 기반해 아파트를 구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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