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실종된 정신지체장애아동 가족 찾아
1990년 9월 11살 어린이, 천안 서북경찰서 도움으로 33세 성인이 돼 아버지와 ‘눈물 상봉’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경찰의 끈질긴 추적으로 22년 전 실종된 정신지체아동이 가족과 만나는 뜻 깊은 장면이 펼쳐져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5일 낮 12시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소재 은혜장애인요양원. 11살 때 잃어버린 아들이 어느덧 30이 훌쩍 넘은 모습으로 아버지 앞에 나타났다. 아버지 김모(59·천안 서북구 성정동)씨는 아들을 보자 부둥켜안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22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갔지만 두 사람은 보자마자 부자임을 한 눈에 아는 것처럼 보였다.
천안시 서북구 성정동에 살던 김모(당시 11살)씨가 가족과 헤어진 건 1990년 9월13일. 정신지체장애 2급인 김씨는 사건 그날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이 모두 나서 김씨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그의 행적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22년이란 세월이 지나 실종 때 11살이었던 김씨는 어느덧 33세의 성인이 됐다.
경찰이 실종된 김씨 행방을 다각도로 찾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실종아동 등에 대한 기록을 일제정비하던 천안 서북경찰서 이강용 실종전담수사팀장에게 아들을 찾아 달라는 한 아버지가 찾아왔다.
22년 전 정신지체장애를 가진 아들을 잃어버렸는데 경찰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얘기였다.
그 때부터 이 팀장을 비롯한 실종전담수사팀은 22년 전 사라진 김씨 아들과 관련된 소재발견 관련통신자료나 요양급여, 고용보험, 출입국, 병역기록 등을 샅샅이 확인했으나 김씨와 관련된 기록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 팀장은 김씨 아들이 실종 때 11살 어린이였던 점에 착안, 데이터베이스(DB)화된 시설아동의 유전자와 대조키 위해 아버지 김씨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맡겼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감정결과는 뜻밖이었다. 1차 감정결과 친자관계로 보이는 사람이 강원도 철원군의 한 장애인 요양병원에 수용돼 있다는 것이었다.
급한 마음에 이 팀장은 곧바로 강원도로 달려갔다. 요양시설을 찾아 아들로 보이는 수용자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실종 때 살던 집주소와 아버지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이 팀장은 아버지에게 성인이 된 아들의 사진을 보여주자 아버지 또한 아들이 분명하다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달 9일 국과수로부터 ‘두 사람의 유전자가 같다’는 통보도 받았다. 강원도와 천안을 수차례 오갔던 이 팀장 노력이 결실을 거두는 순간이었다.
이 팀장의 끈질긴 노력으로 22년 전 헤어진 부자는 지난 15일 낮 12시 철원군 갈말읍 소재 은혜장애인요양원에서 가족과 경찰관들 축하를 받으며 눈물의 만남을 하게 됐다.
아버지 김씨는 “22년이란 세월동안 한 시도 잊지 않고 아들을 찾아다녔으나 행적조차 알 수 없었다”며 “살아있기만을 기대하며 꿈에 그리던 아들인데 경찰관들 도움으로 다시 찾을 수 있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강용 팀장은 “22년 전 일이라 친자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가정의 달을 맞아 헤어진 가족을 다시 찾아줘 어느 때보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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