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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바벨탑의 저주와 DMC 랜드마크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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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
피테르 브뤠헬이 그린 바벨탑

피테르 브뤠헬이 그린 바벨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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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이 탑을 쌓았다. 하늘에 닿고자 함이었다. 문명의 발달에 교만해진 인간은 급기야 신의 전능에 도전했다. 신은 노했다. 인간의 언어를 쪼갠 건 도전에 대한 응징이었다. 인간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탑은 영원히 미완으로 남았고, 인간은 갈등과 반목을 반복하는 존재가 됐다.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다.
2000년대 중반 서울. 부동산 시장은 정점에 달했다. 삼성동 아이파크 등 일부 고급아파트는 평당 9000만원을 넘었다. 부동산 기자들 사이에선 언제 1억원을 넘을 지를 놓고 재미삼아 내기가 오갈 정도였다. 건설사들은 짓기만 하면 팔린다는 호시절을 누렸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반복된다. 교만은 인간들로 하여금 망각의 강을 건너 반복적으로 바벨탑을 쌓게 했다.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타워(이하 서울라이트타워) 사태를 보면 바벨탑 신화가 현실에서 묘하게 오버랩된다.

호시절의 한가운데서 서울시는 상암동 복판에 바벨탑을 쌓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입찰제안서를 보면 136층 안팎으로 주거와 상업, 문화시설이 결합된 마천루를 짓겠다는 구상이었다. 조단위 사업에 건설사와 금융사들이 너나 없이 뛰어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라이트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고, 2009년 준공식을 치렀다. 서울라이트가 제안한 사업계획서 상엔 133층(높이 640m)으로 기획됐다. 완공될 경우 두바이 부르즈칼리파(162층, 828m)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빌딩이 된다.

서울라이트타워 조감도

서울라이트타워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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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의 저주 이후 인간은 이미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였다. 신은 교만에 대한 응징을 시스템화 해놓은 것이다. 시스템은 시작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법이다.
2008년 금융위기 후 부동산 시장의 호시절은 갔다. 짓기만 하면 팔리는 것은 옛말이 됐다. 미분양은 쌓이고 건설사는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졌다.

사업자인 서울라이트는 주판알을 다시 튕겼다. 총 3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인데 계획대로 133층을 지었다간 1조원이 손해가 난다는 컨설팅 결과가 나왔다.

2009년 기공식을 가졌던 서울라이트는 3년간 벽돌 한 장 쌓지 못했다. 섣불리 착공을 했다 바벨탑의 저주에 빠질 경우 대우건설과 대림산업 등 컨소시엄에 참여한 25개사는 심각한 경영위험을 감수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6일 착공시한 3년을 하루 앞두고 서울라이트는 서울시를 찾았다. 133층을 70층으로 줄여달라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이를 거부했다. 사업자와 다른 코드를 쓰는 서울시는 서울라이트의 제안을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라이트의 코드가 '사업성'이라면 서울시의 그 것은 '특혜시비 차단'이었다. 파이티시 사태 이후 특혜시비에 대한 트라우마는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의 코드를 더욱 공공히 했다.

서울시는 급기야 연기된 착공시한인 5월31일을 넘길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서울라이트에 최후 통첩했다. 서울라이트도 당초 사업계획대라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공무원의 입장에서 특혜시비는 목이 달아나는 생존의 문제인데, 서울라이트도 서울시의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다.

시스템은 결국 바벨탑의 저주를 서울라이트타워에서 재현시킬 것 같다. 서울라이트는 영원히 미완의 프로젝트로 남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5월31일까지 저주의 D데이는 불과 보름도 남지 않았다.




김창익 기자 wind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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