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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판사 아닌 '법관'으로 책임감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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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천우진 기자] "국내 첫 시각장애인 판사라서, 장애인이라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법관이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국내 1호 시각장애인 판사, 최영 법관이 임관한지 두 달이 흘렀다. 올해 2월27일 대법원에서 판사 임명장을 받은 최영 법관은 서울북부지방법원 민사 11부에 배치돼 재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 판사는 "매주 금요일 재판이 있다. 사법고시를 준비할 때부터 사용한 음성변환프로그램을 이용해 재판을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북부지법은 최 판사를 맞이해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을 설치하고 전용 지원실도 마련했다. 이곳에서 최 판사는 업무지원인의 도움을 받아 음성전환프로그램으로 재판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판결문도 작성한다.

법원 관계자는 "최 판사는 음성으로 녹음된 재판 기록을 두 번 정도 들으면 다 기억할 정도로 탁월한 것 같다"고 귀뜸했다.
최 판사는 첫 시작장애인 판사라는 타이틀 보다는 '법관'의 책임감을 더 무겁게 느꼈다. 그는 "전에는 법원 밖에서 사법부를 바라보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제는 법관이라는 직업의 책임감과 무게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시작장애인 판사를 받아들인 사법부에 대해서는 '변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표현했다. 최 판사는 "국내에서 여성 판사나 검사를 임용했을 때 법원에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업무를 시작한지 두 달 정도 됐는데 개인적인 측면 뿐 아니라 법원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최 판사는 오전 10시 북부지법 701호 민사중법정에서 재판을 했다. 국내 첫 시각장애인 판사의 재판에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원은 이례적으로 법정을 공개하고 사진 촬영도 허락했다.

최 판사는 다른 배석판사의 도움을 받아 재판정 왼편에 자리잡았다. 재판정에는 시각장애인 최 판사를 위해 노트북이 설치됐다. 최 판사는 음성녹음된 자료가 담긴 USB를 갖고와 왼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재판기록을 검토했다.

최 판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98년 망막색소변성증 진단을 받고 점차 시력이 나빠졌다.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후 시력이 악화돼 결국 1급 시각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법관을 향한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법률서적을 음성파일로 변환해 듣는 방법으로 공부를 계속해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08년 사법시험(50회)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정진한 최 판사는 41기 사법연수생 상위 40위권대 성적으로 연수원 과정을 수료해 지난 2월 판사로 임용됐다.

최 판사는 "국민께서 법원에 주신 무거운 권력을 내가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며 "법원 내부에서는 업무 적응을 위해 선·후배 판사들이 도와주고 있다. 나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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