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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던 '朴키즈', 文 앞에서 자숙모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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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박근혜 키즈'로 불리던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의 거침없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온 20대 젊은 벤처기업가로, 예상을 뛰어넘는 언변과 정치적 감각을 보여주며 우파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그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 만화 삼국지를 패러디한 출처불명의 만화를 링크한 게 화근이 됐다. 원작에서는 조조에게 잡혀있던 관우가 적장의 목을 베고 돌아와 그 목을 땅바닥에 내팽개친다. 패러디만화에서는 목이 잘린 적장 얼굴에는 문재인 고문, 관우의 얼굴에 4ㆍ11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서 문재인 고문에 맞선 손수조 후보, 조조 측근의 얼굴엔 이 비대위원의 사진이 각각 합성돼 있다. 박근혜 위원장이 손 후보에 술을 주고 손 후보가 문 고문의 목을 베어 돌아온다는 내용이 문제가 됐다.
당장 과도한 폭력과 혐오스런 장면, 문 고문에 대한 명예훼손 지적이 나왔다. 이 비대위원은 곧바로 만화를 삭제한뒤 "해당부분을 확인 못했다" "이유불문 제 책임" 죄송하다" "문 고문에 사과했다"며 불끄기에 나섰다. 이날 낮에는 직접 문 고문을 찾아가 90도로 머리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SNS와 인터넷, 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논란은 더 커졌다. 민주당은 "흉악하고 예의없고 적개심으로 가득한 것이 '박근혜 키즈'의 정신세계라는 사실에 경악스럽다"며 이 비대위원 사퇴와 박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졸지에 피해자가 된 문 고문이 8일 밤 트위터에 "이준석 군은 제게 성의있게 사과했고, 사과를 받아들였다"고 진화했다. 그는 "젊은 시절 누구나 실수와 실패를 겪으며 성장한다. 좋은 경험이 됐을 것"이라면서 "이준석군이 그만 비난받길 바란다"고 했다.

이준석 비대위원은 곧바로 자숙에 들어갔다. 그는 9일부터 트위터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그는 전날 밤 10시 경 트위터에 "비대위 활동 이후 처음으로 10시 전에 잠을 청하겠다"면서 "트위터는 잠시 휴면상태로 두겠다"고 했다. 겉으로는 "당은 더 이상 비상상황이 아니니까"라고 이유를 댔지만 이번 사태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주 새누리당에 정식 입당한 이 비대위원은 조만간 2030세대를 대표해 박 위원장의 대선행보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출간한 '어린 놈이 정치를'에서는 교육감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일각에서는 내년 예정된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지역에 출마할 가능성도 점친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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