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오거스타는 "아직도 13월~"

그린피 5배, 숙박비 10배 등 올해도 '마스터스 특수' 만끽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오거스타는 마스터스로 먹고 산다."

'꿈의 메이저' 마스터스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이야기다. 주도 애틀랜타에서 자동차로 3시간 걸리는 곳이다. 인구 20만 명의 소도시에 불과하지만 마스터스가 열리는 4월 둘째 주가 되면 주민 대부분은 여행을 떠나고, 전 세계에서 새로운 20만 명이 속속 도착한다. 무려 1억 달러 이상의 경제효과를 유발시킨다는, 이른바 '마스터스 특수'다. 대회는 막을 내렸지만 오거스타시의 '제13월'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CEO 가운데 절반 이상이 오거스타를 방문한다는 통계도 있다. 아이켄 등 오거스타에 있는 자가용 비행기 전용 공항은 실제 명사들을 태우고 온 전용비행기들이 가득하다. 기업들은 그러나 놀기만 하는 게 아니다. 마스터스에 사업파트너를 초청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시시각각 엄청난 규모의 '빅딜'을 성사시키고 있다.

암표상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활개를 친 까닭이다. 골프장으로 들어서는 입구인 워싱턴로드에는 매년 '티켓 구함'이라는 팻말을 든, 속칭 '삐끼'들이 줄지어 도열한다. 티켓을 구매해 대기업의 접대용으로 팔아 차익을 남기기 위해서다. 지난해는 타이거 우즈(미국)의 복귀전으로 무려 1만 달러(한화 약 1132만원)까지 호가했고, 올해 역시 '백인의 자존심' 필 미켈슨(미국)의 우승 진군으로 만만치 않은 가격이 형성됐다.

숙박업계도 당연히 대박이다. 주민들은 오거스타 전역의 방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 때 아예 집을 빌려주고 가족여행을 떠난다. 중급 이상 호텔 역시 이미 지난해 말 일찌감치 동이 났다. 골프장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외곽의 변두리 여관도 평소 가격의 10배인 300달러를 호가하지만 방이 없다. 고급레스토랑도 수개월 전에 예약이 완료됐다. 오거스타의 대표적인 한인 식당 해피하우스는 최경주 등 선수들의 방문에 손님 수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후문이다.

골프장들도 즐거운 비명이다. 평일 20~30달러짜리 퍼블릭코스가 일제히 평균 5배 이상 그린피를 올렸다. 잔디관리가 형편없다는 시 직영골프장도 만원이다. 오거스타내셔널과 코스 구성이 흡사하다는 세이즈밸리골프장은 '짝퉁 효과'까지 톡톡히 누렸다. 한인사회에서는 한국의 대기업 총수가 이 골프장에서 거의 매일 골프를 치며 오거스타내셔널에서 라운드를 못한 갈증을 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