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IP)이 미래다] ①진화하는 IP
"보이지 않는 재산이 더 가치있다"
-최근 실물중심 투자서 선회
-美 중심 투자펀드도 잇따라
-특허 리스크 대비 新 사업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실물중심의 투자자본이 무형의 지식재산(Intelletual Property·IP)에 몰리고 있다. 고도화된 자본시장이 IP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과 유럽을 넘어 아시아 국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IP는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저작권 등을 포함한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는 명시적으로 문학 ·예술 및 과학작품, 연출, 예술가의 공연·음반 및 방송, 발명, 과학적 발견, 공업의장·등록상표·상호 등에 대한 보호권리와 공업·과학·문학 또는 예술분야의 지적 활동에서 발생하는 기타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범위한 지적 산물을 통칭하는 IP는 과거 가치산정이 불분명하고 권리자를 명확하게 한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정보의 유통속도가 빨라지고 적지 않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 얻어낸 각종 정보와 문화가 어려움 없이 다른 나라로 흘러들어가면서 '출처', '소유', '유통 및 거래' 등의 개념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개인 또는 기업의 배타적 재산권을 넘어 투자 대상, 기업경영의 전략, 비즈니스 모델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은 이미 IP를 중심으로 투자펀드가 조성되고 있다. 대표적인 펀드로는 미국의 IV(Intellectual Ventures)가 있다. IV는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인 에드워드 정과 네이선 미어볼트가 주체가 돼 설립됐다. 최초 펀드규모는 50억달러로 2만5000건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IV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MS는 물론 인텔, 노키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대거 편입해있고 삼성도 지난해 IV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기업이 단독으로 IP 관련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모펀드의 형태로 2009년 설립된 IPC는 코닥(Kodak)의 2000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특허를 사들여 시작했다. 코닥은 표면상으로는 독립적으로 코닥의 특허를 보유해 수익사업에 나선 것은 물론 위협이 되는 타기업의 특허 소송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 이 밖에 ROUND ROCK LLC, AST 등도 자본과 IP가 결합해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본과 IP, 기업과 IP가 결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급속히 증가하는 특허분쟁 건수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기업경영의 측면에서 특허분쟁은 치명적인 리스크임과 동시에 경쟁사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수단이기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국내외 기업들 간의 특허분쟁 건수가 2004년 41건이던 것이 2005년 51건, 2006년 54건, 2007년 96건, 2008년 115건, 2009년 125건, 2010년 114건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외국계 기업이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허권 소송건수가 전체 소송의 10분의 7을 넘어서고 있다.
주한중 발명진흥회 전문위원(변리사)은 “국내 기업 간 특허소송건수뿐만아니라 글로벌 기업 간 소송 건수가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며 “IP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유럽 등은 이미 IP를 방어적 개념만이 아닌 사업모델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IP를 중심으로한 사업모델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허를 보유한 기업들이 매년 일정 가입비를 납부하고 특허분쟁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된 RPX가 대표적인 경우다. RPX는 가입기업들의 특허를 보유해 회원기업들이 특허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물론 필요한 특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종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도 뒤늦게 IP를 중심으로 자본이 몰려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3월 산업은행캐피탈 자금을 토대로 설립된 '아이피큐브파트너스'가 최초의 한국 특허관리전문회사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식경제부 주도로 '인텔렉추얼 디스커버리'가 지난해 10월 민관합동으로 설립됐다. 글로벌 NPE(Non-Practicing Entity)에 적극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교수는 “앞으로 한국에서도 수많은 IP 중심의 펀드는 물론 새로운 산업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며 “지식재산기본법이 통과된 이후 정부차원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