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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詩]김기택 '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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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것 속에서 틈은 태어난다/서로 힘차게 껴안고 굳은 철근과 시멘트 속에도/숨쉬고 돌아다닐 길은 있었던 것이다/길고 가는 한 줄 선 속에 빛을 우겨넣고/버팅겨 허리를 펴는 틈/미세하게 벌어진 그 선의 폭을/수십년의 시간, 분, 초로 나누어본다/아아, 얼마나 느리게 그 틈은 벌어져온 것인가/그 느리고 질긴 힘은/핏줄처럼 건물의 속속들이 뻗어 있다(……)

김기택 '틈' 중에서

■ 세상에…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부딪친 적도 떨어뜨린 적도 없는데 아끼던 그릇 모서리 한쪽이 깨져있다. 멀쩡해 보였던 외양(外樣), 하지만 오래 전부터 균열은 진행되었을 것이다. 처음엔 상처같지도 않은 아주 미세한 상처가 생겨났고 그 꼬리를 물고 그릇 속 허공길이 서서히 터졌을 것이다. 보이지도 않은 작은 틈새로 굴착하듯 넓히며 바람이, 물이, 먼지가 드나들었을 것이다 오늘 문득 틈입했을 실바람 한 올에 그릇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바스스스 몸을 열어 터진 흉터를 내놓았다. 갈라진 뒤에야 깨진 마음의 태 보인다 당신과 나 사이 소리없이 자라났을 이별의 잘디잔 눈금들 보인다. 우묵한 마음 안쪽 상처의 길로 드나들었던 미세한 바람과 물과 먼지들이 뒤늦게 아프다. 그릇 터진 자리 양쪽을 손으로 눌러 붙여보며.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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