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직선제' 충돌
전국 국공립대 40개 중 34개 총장직선제 폐지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교육과학기술부의 '국립대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전국 국립대 40개 대학 중 34개교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학가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번 선진화 방안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며 이주호 교과부 장관의 불신임까지 묻고 나선 국립대 교수만 8592명이다.
30일 교과부에 따르면 40개 국공립대 가운데 총장직선제를 폐지한 곳은 전체 85%인 34개교다. 교과부 관계자는 "서울대, 울산과기대 등 법인으로 전환된 곳은 법률에 의해 총장직선제가 이미 폐지됐다. 이 두 곳을 제외하면 총 38개 대학 중 32개교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곳은 6개 대학이다.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전북대, 방송통신대, 목포대 등 지역거점대학이 대부분이다. 목포대는 구성원들 간 의견을 들어본 결과 폐지 반대 의견이 더 높아 총장직 선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경상대는 29일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방통대도 학교의 특수성으로 인해 당장의 제도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 국교련 "총장직선제 폐지는 대학 자율성 침해"= 일부 대학들은 교과부의 총장직선제 폐지가 대학의 민주화 및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국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국교련)는 이번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추진한 이주호 교과부 장관 퇴진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국교련이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국립대 교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과부 장관 불신임투표 결과 전국 33개 국립대 교수 1만3851명 가운데 9473명이 이번 투표에 참가했으며, 전체 유효투표수의 93%에 해당하는 8592명이 불신임투표안에 찬성했다. 이미 총장직선제 폐지를 결정한 대학의 교수들도 이번 투표에 대거 참가했다.
국교련은 이번 불신임안 가결을 바탕으로 이 장관의 즉각 해임과 더불어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4.11 총선을 통해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장관 해임건의안도 제출할 계획이다.
국립대 총장직선제는 1991년 당시 민주화 추세에 맞춰 도입됐다. 이전에는 임명제를 실시해 교과부 장관이 총장 임용을 제청하고, 대통령의 재가를 얻는 식이었다. 국립대들은 총장직선제를 폐지하면 어렵게 이뤄낸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성이 훼손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서울대와 울산과기대 등의 사례처럼 국립대가 법인화돼 결국은 정부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국립대로 대거 등용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병운 국교련 상임회장(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은 "총장직선제가 폐단이 있다면 제도를 개선, 보완하는 식으로 가야하는 게 맞다. 대통령, 시장 등도 다 직선제로 뽑고 있지 않냐. 결국 교과부가 국립대 법인화를 추진해 국립대 총장 자리에 자기 사람들을 앉히겠다는 의도가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과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 선진화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교련은 성명을 통해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한정된 보수 총액을 놓고 동료 교수들끼리 서로 다투게 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며 "또 국립대학 총장을 마치 하청기업 사장처럼 다루는 내용의 성과계약에 서명하도록 강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 "총장직선제 부작용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교과부도 강경한 입장이다. 시행 20년을 맞은 총장직선제의 폐단이 심각한 만큼 이번 기회에 당근과 채찍을 사용해서라도 제도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총장직선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선거 과정에서 줄서기, 파벌형성, 논공행상, 보직 나눠먹기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으며, 교육연구에 힘써야 할 대학에서 학내 정치화 등으로 교육 분위기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또 총장들의 선심성 공약 이행으로 대학 등록금 및 기성회비가 올라가는 사례도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창원대에서는 총장 후보로 출마한 한 교수가 동료 교수에게 100만~200만원 상당의 인삼세트와 상품권처럼 쓸 수 있는 기프트 카드를 전달한 혐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되기도 했다. 재작년 서울대 총장선거에서 한 후보는 임기 내 교수의 실질연봉을 3000만원 인상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우는 등 총장 선거 과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교과부는 '당근책'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추진한 대학에는 정부의 국립대 선진화 지표(100점 만점) 중 가산점을 줄 예정이다. 이들 대학은 이달 안으로 학칙을 개정하면 5점을, 교과부와 업무협약(MOU)만 체결하면 4점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4일에도 금오공대와 목포해양대, 안동대, 창원대 총장 등이 교과부를 찾아 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총장직선제를 계속 유지할 경우 정부의 각종 국책사업이나 재정지원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한 푼이 아쉬운 지역 대학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총장직선제 폐지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충원 교수 정원도 총장직선제 개선 대학에 우선 배정한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올해 구조개혁 중점추진 대학으로 지정되면 대학으로서는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며 "특히 학생 장학, 취업지원, 각종 사업평가에서의 불이익이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에 교과부는 "국립대학 운영 성과목표제는 대학별 특성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며 "성과가 우수한 대학에 대해서는 추가재정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는 미국, 싱가포르 등 외국 대학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총장직선제의 대안으로 공모제 등을 내세우고 있다. 내외부 인사로 대학의장임용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역량있는 후보를 발굴 및 영입한 후 각 총장 후보자들이 전체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운영 청사진을 발표하는 식이다. 위원회는 청사진 발표 결과 등을 고려해 최종 임용자를 선정한다.
한 국립대 관계자는 "국공립대학은 인문, 사회 등 순수학문의 연구나 교육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경쟁률 강화 및 취업률 향상 등만 내세워선 안된다"며 "총장직선제의 폐단도 심각하지만 교과부가 국공립대학을 구조조정 대상으로만 여기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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