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늘리고 위험자산 줄이고..근육질 키워라
리딩뱅크 '순위경쟁 2라운드' <3>자산건전성 확대 총력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지난 1997년 33개에 달했던 국내 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24개로 줄었다. 9개 은행이 부실채권 증가로 자산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탓에 간판을 내린 것이다.
#. 이후 몸집 불리기 경쟁에 나섰던 국내 은행권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자산건전성 악화가 신용등급의 발목을 잡았다.
#. 지난해에는 총 16개의 저축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방만한 경영으로 자산건전성에 이상이 생기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자산건전성'은 금융 및 경제위기가 터질 때마다 은행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 단서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핵심전략 과제로 자산건전성 통제 기능의 강화를 올려놓고 있다.
◆ 은행들 자산건전성 성적은 =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다. 통상 BIS비율이라 줄여 부른다. BIS비율은 대출, 지급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위험가중자산)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를 보여준다. 국제결제은행은 위험자산에 대해 최소 8% 이상의 자기자본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8개 은행의 BIS비율은 13.98%로 나타났다. 이는 1년 전에 비해서는 0.57%p 떨어진 것이다. 각 은행의 대출이 늘고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에 따라 자회사 연결범위가 확대되는 등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은행별로는 씨티은행(16.36%)이 가장 높고 농협(15.76%) 신한(15.26%)ㆍ외환(14.55%)ㆍ우리(13.78%)ㆍ국민(13.55%)ㆍ하나(13.44%)ㆍ기업(11.70%)ㆍ수출입은행(10.63%)의 순이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마음을 놓을 상황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BIS비율은 늘 유동적이라 기준선을 넘긴 시점보다 앞으로의 추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말 국내 은행의 BIS비율이 하락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안정권이지만 하락 추세가 멈추지 않으면 건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도 BIS 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가계와 기업대출이 부실화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부실채권의 유입속도가 감소했으나 여전히 규모가 크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어, 부동산경기 침체 및 경기둔화가 지속될 경우 대손비용은 증대될 것이란 지적이다.
◆은행 자구책은 '자본 증자'와 '위험자산 축소' =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강화를 위한 핵심 과제로 삼은 것은 '자본 증자'와 '위험자산 축소'다. 국내 18개 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1994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08년말에 1869조4000억원이었던 걸 감안하면 최근 2년9개월새 125조1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또 각 은행은 미래의 부실까지 감안해 대손충당금도 쌓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2월 말 국내 18개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36%로 전년동기(1.90%) 대비 0.54%p 낮아졌다.
2010년 말 38조7000억원이던 부동산PF대출채권은 지난해 말 30조원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말 4.5%에서 작년 12월 말 2.5% 이하로 떨어졌다. 은행권이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위험자산 축소 노력으로 구조적 개선을 이루고 있지만 여전히 경기둔화로 인한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수익 확대에 치중하기 보다는 자산건전성 및 손실흡수능력 제고 등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안정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도약 위해선 바젤III 기준 충족해야 = 내년부터 본격 도입되는 바젤 Ⅲ에 대한 준비도 은행권이 풀어야 할 과제다. 바젤 Ⅲ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내놓은 개혁안으로 이전보다 자본적정성 규제를 크게 강화하는 한편 유동성 비율 규제도 별도로 도입된다. 바젤 Ⅲ가 시행되면 은행들은 BIS비율 최저한도를 10.5%로 높여야 한다.
건전성을 중요시 한만큼 수익성은 감소할 수 있다.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을 줄이면서 고수익 자산과 저비용 부채가 줄어들어 결국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은 1년 동안 준비가 소홀할 경우에는 국내 은행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바젤III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국내 은행들의 최대 목표인 '글로벌 뱅크'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포화에 따라 은행들은 저마다 해외 영업망 강화를 통한 수익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무대에서 글로벌 은행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자산 건전성의 우수성 증명이 선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젤III의 자본규제 시행에 대비해 운용 및 조달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가계대출 영업 제약, 유가증권 관련 이익의 축소 등이 우려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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