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비서관은 20일 오후 서울프레스센터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을 통해 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며 "내가 몸통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에게 2000만원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 이 전 비서관은 "장 전 주무관의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선의 차원에서 건넸고 최근의 돌려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전 비서관이 자료삭제 지시와 금품제공 혐의는 인정했지만 불법성과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재수사는 이 부분을 밝히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행위에 대한 사실 자체는 이 전 비서관, 장 전 주무관이 모두 인정했기 때문에 검찰에서 목적과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따라 사법처벌 수위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변호사도 "앞서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과 장 전 주무관 등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에 비춰봤을 때 이 전 비서관에 대한 처벌은 더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스스로 몸통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든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나섰든지 간에 상관없이 중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비서관이 청와대의 개입 등에 대해서는 극구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윗선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비서관이 "나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 달라"고 거듭 강조한 만큼 주장을 굽히지 않고 검찰이 청와대·총리실의 개입증거를 밝히지 못한다면 지난 2010년 때 처럼 반쪽수사에 그칠 수 있다.
한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재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검사)은 20일 장 전 주무관을 소환해 13시간 가량 조사를 진행한 뒤 집으로 돌려보냈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을 상대로 지원관실 컴퓨터의 자료삭제 지시를 받은 경위와 이 전 비서관측, 장석명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측으로 부터 각각 2000만원,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파악했다. 장 전 주무관은 21일 오후 2시경 다시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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